연극 무대에 서던 배우 라미란(47)은 출산 후 하마터면 경력이 단절될 뻔했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 ‘친절한 금자씨’가 동아줄이 됐다.
“집에 있었다. 모유 수유 중에 전화가 왔다. 몇 년 전 프로필을 보고 연락한다며 ‘오디션 볼 수 있냐’고 물었다. 아기를 데리고 갔고 심장이 떨렸지만 될 것 같았다. 카메라는 처음이라 ‘작게 말해야 돼 작게’라는 주문을 외웠다. 그 뒤론 단역이든 뭐든 닥치는 대로 다 했다.”
28일 개봉하는 영화 ‘정직한 후보2′(감독 장유정)에서 라미란은 강원도지사로 유능하지만 욕심도 많아서 제 발에 걸려 넘어지는 인물이다. 갑자기 거짓말을 못 하게 되면서 좌충우돌하고 반성하며 초심으로 돌아가는 코미디.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정환이(류준열) 엄마(치타 여사)로 주연급 인기를 얻은 라미란은 “그때는 ‘제발 많이 나오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가 소원이었다”고 말했다.
코미디의 매력을 묻자 이 여배우는 “누구를 즐겁게 해주는 건 참 어렵다”고 했다. “속편이라 이번에 더 오버했겠지만 ‘코미디에 힘이 들어가서 과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한다. 갈 데까지 가보자. 수위 조절은 감독님이 하시겠지 하며 막 했다.”
라미란이 아닌 주상숙은 상상하기 힘들다. 이 배우는 ‘정직한 후보’로 2021년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차지했다. 당시 “저한테 왜 이러세요?”라며 “앞으로도 배꼽 도둑이 되겠다”는 수상 소감을 밝혔다. ‘라미란만의 개그’에 대해 묻자 “이야기를 잘 살려내려고 고군분투하는 사람이다. 골격을 만든 작가는 따로 있고 나는 살을 붙이고 숨을 불어넣었을 뿐”이라며 “코미디 퀸이라는 별명도 부담스럽다”고 했다.
“나도 모르게 매너리즘이 분명히 있다. 늘 같은 모습이 될지는 알 수 없다. 라미란이 하는 게 읽히고 다 지겨워지고. ‘라미란이 또 저렇게 하겠지’ 하는 때 어떤 돌파구를 찾을지.”
진짜 배꼽 도둑 된 거냐고 묻자 “열어 봐야 알 테고 수치로 얘기할 순 없다”고 답했다. 정치인에게는 어떤 말을 하고 싶을까. “사람이 100% 정직하게 살 수는 없잖나. 일반인들도 수많은 거짓말을 하면서 사니까. 그러나 정치인은 달라야 한다. 결정하고 실행하고 좋은 영향을 미쳐야 하니까. 자리에 맞는 무게와 함께 스스로에게 혹독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