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그린나래미디어

스물아홉 살 율리에(레나테 레인스베)는 속마음을 종잡기 어렵다. 의학에서 심리학으로, 다시 사진으로 전공을 바꾸는데 늘 충동적이다. 그녀는 끝까지 해내는 게 없다. 사랑도 매한가지다. 율리에는 성공한 40대 만화가 악셀(안데스 다니엘슨 리)과 연애를 시작하지만 정착하지 못한다. 젊고 평범한 직장인 에이빈드(할버트 노르드룸)를 몰래 만나며 해방감을 느낀다.

25일 개봉하는 영화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는 정체성을 찾아 헤매고 그것을 바꿀 수 있다고 믿지만 어떤 한계에 직면하는 여성의 이야기다. 원제는 ‘The Worst Person in the World(세상 최악의 인간)’. 삶과 사랑의 진로를 끊임없이 수정하는 율리에가 어느 날 들여다본 거울 속 자신에게 내뱉는 독설과도 같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본 영화 중 최고”(’러브 액추얼리’의 리처드 커티스 감독) “명장면을 연발하는 로맨스 영화의 걸작”(’드라이브 마이 카’의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 같은 평을 받았으니 그녀의 방황은 매혹적이다.

영화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그린나래미디어

가장 아름다운 장면은 율리에가 에이빈드를 만나러 달려갈 때 등장한다. 노르웨이 오슬로의 거리를 가로지르는데 행인과 자동차 등 세상 모든 것이 멈춰 있다. 사랑에 눈이 뒤집히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는 뜻일까. ‘라우더 댄 봄스’와 ‘델마’로 기억되는 요아킴 트리에르 감독은 사람들을 가만히 서 있도록 통제하고 이 대목을 촬영했다고 한다. 궁극의 로맨틱 판타지다. 담배 연기로 애정을 확인하는 장면도 잔상이 길다.

이 영화는 소설처럼 프롤로그와 12개의 챕터, 에필로그로 구성돼 있다. “내 삶에서 조연 역할로 머물고 싶지는 않다”는 율리에와 함께 새로운 경험을 하면서 책장을 넘기는 기분이다. 다음 최악은 어떤 모습일지 기대하게 만든다.

달콤하고 아프지만 재미있다. 미국 평점 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 신선도 지수는 96%. 반짝이는 사랑의 순간을 잘 포착한 영화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2개 부문(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 후보에 올랐다. 매력적인 배우 레나테 레인스베는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로 지난해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15세 관람가.

영화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그린나래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