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윤여정 타임’이 시상식 현장과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배우 윤여정(오른쪽)은 영화‘코다’의 청각장애인 배우 트로이 코처에게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시상했다. /EPA연합뉴스

지난해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받고 재치 있는 말솜씨로 아카데미를 빛낸 배우 윤여정(75)은 올해 남우조연상 시상자로 다시 무대에 올랐다. 정갈한 올림머리와 검은색 롱 드레스 차림이었다. 윤여정은 “다시 할리우드에 오게 돼 기쁘다”며 말문을 열었다.

“어머니께서 늘 ‘뿌린 대로 거둔다’고 하셨는데, 그 말씀을 들었어야 했어요. 작년에 이 자리에서 ‘사람들이 내 이름을 제대로 발음하지 못한다’고 불평했는데, 올해 (제가 읽어야 할) 후보자들 이름을 보니 발음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겠습니다. 발음 실수에 대해 미리 사과드려요.”

객석에서 웃음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윤여정은 지난해 수상 소감에서 “제 이름은 윤여정인데요. 많은 분이 저를 ‘여영’이라고 하거나 그냥 ‘유정’이라고 부르시는데, 오늘은 모두 용서해 드리겠습니다(You are all forgiven)”라고 했기 때문에, 올해는 입장이 바뀌었다는 농담이었다.

윤여정은 “The Oscar goes to~(오스카 수상자는~)”라고 말한 뒤 양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수어(手語)였다. 수상자는 청각장애인인 영화 ‘코다’의 배우 트로이 코처. 들을 수 없는 그를 배려해 서툴지만 수어로 호명한 것이다. 윤여정은 트로이 코처가 수상 소감을 ‘손으로 말하는’ 동안 트로피를 대신 들고 감격 어린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코처는 수어 통역사와 함께 무대에 섰다. 그는 “아버지가 수어 전문가인데 사고로 목 아래 마비가 와서 수어를 못하게 됐지만 그런 아버지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라며 “모든 장애인 사회에 이 상을 바칩니다. 어머니, 아버지는 지금 이 자리에 없지만, 저를 보세요! 저는 해냈습니다”라고 했다.

윤여정은 전년도 수상자를 시상자로 초대하는 아카데미 관례에 따라 이날 무대에 올랐다. 유엔난민기구(UNHCR)의 난민 캠페인을 지지하는 의미로 파란 리본을 왼쪽 가슴에 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