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 시리즈의 6대 제임스 본드를 맡은 다니엘 크레이그.

007 제임스 본드가 총기를 반납한다.

오는 29일 한국에서 전 세계 최초로 개봉하는 영화 ‘007 노 타임 투 다이’로 배우 대니얼 크레이그(53)가 퇴장한다. 007 시리즈는 1962년 시작된 최장수 프랜차이즈. 이제 60년을 바라본다. ‘노 타임 투 다이’는 007 시리즈 25번째 영화다.

◇제임스 본드의 ‘죽음’

007 시리즈는 1962년 1대 제임스 본드를 맡은 배우 숀 코너리로 출발했다. 역대 본드는 대니얼 크레이그까지 6명. 지난해 사망한 숀 코너리는 2017년 로저 무어에 이은 두 번째 ‘본드의 죽음’이었다.

자료=로튼토마토 신선도

대니얼 크레이그는 2006년 ‘카지노 로열’부터 임무를 맡아왔다. 로저 무어의 12년보다 길게 활약했다. ‘스카이폴’에서는 11억달러의 시리즈 최고 흥행 기록을 올렸다. 그가 퇴장하면 누가 7대 본드를 맡을지도 관심사다. 후보들을 예상하며 ‘다음은 누구야(Who’s next)?’라고 묻는다.

제임스 본드는 지난 60년간 부침을 겪었다. 초기가 황금기였고 1980~1990년대 흑역사를 거쳐 대니얼 크레이그가 등장하며 새롭게 부활했다. 영화 평론가 김형석은 “크레이그도 처음엔 골수팬들의 떨떠름한 반응 속에 반대가 많았지만 어느덧 진짜 본드의 본질을 회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이 프랜차이즈의 성공은 과거를 답습하지 않고 무기, 자동차, 본드걸 등 끊임없이 신선한 공기를 불어넣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007 노 타임 투 다이

◇007은 늙지 않는다

2012년 런던올림픽 개막식에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크레이그가 직접 등장했다. 여왕은 “제임스 본드가 나를 구출해야 하고 내 대사(‘굿 이브닝 미스터 본드’)도 있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007 시리즈는 노쇠한 영국 첩보물이 아니다. 고난도 묘기로 승부하는 톰 크루즈의 ‘미션 임파서블’, 실전 무술로 속을 채운 맷 데이먼의 ‘본’ 시리즈와 차별화되는 스파이 영화다. 냉전이 끝난 세계에서 본드를 맡은 크레이그 이후로 맨주먹 액션의 쾌감도 상승했다.

김형호 영화 시장 분석가는 “할아버지부터 손자까지 서로 다른 시대에 3대가 데이트 무비로 소비했다는 점이 제임스 본드의 특징이다. 007 시리즈는 늙어도 관객은 늙지 않는다”며 “지난 ‘스카이폴’부터는 여성 관객 점유율이 남성을 앞질렀다”고 했다. 특수 장치(무기) 덕에 잔인함이 줄어들고 볼거리는 늘었다.

60년간 변하지 않은 것도 있다. “딩디리딩딩 딩딩딩~” 하는 빠른 기타 선율, 본드가 원 중앙(총구)으로 걸어나와 총을 쏘는 ‘건 배럴 신’도 그렇다. 본드는 여전히 바람둥이이고 총과 술을 좋아한다. “보드카 마티니, 젓지 말고 흔들어서(shaken not stirred).” 거의 모든 영화에 등장한 그의 대사다. 보드카 마티니를 실제로 마셔보면 향은 좋은데 알코올 도수가 높고 단맛은 없다.

‘007 노 타임 투 다이’의 크레이그와 디 아르마스. /유니버설 픽처스

◇다음 본드는 누구?

이번 ‘노 타임 투 다이’는 배우 대니얼 크레이그의 마지막 임무다. “그는 능청스러운 본드가 아니라 무뚝뚝하고 상처를 지닌 고독한 본드였다”(영화평론가 윤성은). 예고편을 보면 이 영화 안에서 죽을 수도 있다. MI6를 떠난 본드가 애인 매들린(레아 세이두)과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던 중 최악의 적 사핀(라미 말렉)이 생화학 무기로 전 세계를 위험에 빠뜨린다는 소식을 듣고 임무를 맡는 이야기다. 제작비가 2억달러(약 2200억원)에 달한다.

차세대 제임스 본드로는 여러 배우가 물망에 올라 있다. 영국 잡지 GQ는 톰 하디, 헨리 카빌, 마이클 B 조던, 샘 휴건, 마이클 패스벤더, 톰 홀랜드, 레게이장 페이지, 리처드 매든 등을 예상했다. 흑인 배우 이드리스 엘바나 질리언 앤더슨 같은 여성이 처음 등장할지도 모른다. 여성이라면 이 시리즈에서 가장 유명한 대사 “(내 이름은) 본드, 제임스 본드”는 “본드, 제인 본드”로 바뀔 것이다.

영화 '노 타임 투 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