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호창

김호창(37)은 최근에 갑자기 유명해진(?) 배우의 이름이다. 금시초문이라면 ‘배우 김호창 사건’을 검색해 보시라. 8월 중순부터 인터넷과 소셜미디어(SNS)를 중심으로 엄청나게 많은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배우가 SNS에서 관객과 설전을 벌인 뒤 공연에서 하차한 사례가 또 있었을까? 전례를 찾을 수 없었다.

그런데 이 사건에는 또 다른 특징이 있다. 공연계 내부의 목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사과문이나 입장문에는 그런 목소리가 담기지 않는다. 이를테면 ‘(김호창처럼) 노래를 못하는 뮤지컬 배우가 많은가?’라는 의문에 응답하는 기사는 없었다. 그래서 한 삽 더 파보기로 했다. 제작자, 배우, 작곡가, 평론가 등이 증언하는 김호창 사건의 이면, 지금부터 공개한다.

◇등장인물

김호창: 사건의 당사자. 2009년 SBS 공채 탤런트. 드라마 ‘푸른거탑’으로 이름과 얼굴을 알렸다. 연극, 드라마, 영화에서 주로 활동했다.

배우: 서현철. 너무 유명해서 더 이상의 설명을 생략한다.

제작자: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 이번 사건에도 휘말렸다.

평론가: 박병성 더뮤지컬 전 편집장, 익명을 요구한 A씨

작곡가: 익명을 요구한 B씨

김호창 사건의 발단이 된 관람후기. /인스타그램

◇사건개요

김호창이 주연을 맡은 뮤지컬 ‘인서트 코인’은 8월 6일 개막했다. 사건의 발단은 SNS였다. ‘인서트 코인’을 첫공을 관람한 한 관객이 “호창님은 노래도 하나도 안 돼서 듣기 힘들고···” 같은 후기를 SNS에 남겼다. 사납게 혹평한 것은 아니었다. 관객에게는 또 감상을 표현할 자유가 있다.

그런데 김호창이 이 후기에 댓글을 달았다. “첫공이었습니다. 리허설도 못하고 음향체크도 못하고 부랴부랴 공연했다. 미흡한 것은 맞지만 컴퍼니(제작사)에서 이 글을 예로 들었고 결국 하차하기로 했다”고 쓴 것이다. 추가로 “저는 가수도 아니고 뮤지컬 전문 배우도 아닙니다. 왜 그들과 같은 가창력을 요구합니까. 프리뷰라 반값으로 다들 오셨잖아요”라고 해 난리가 났다. 상황이 어떻든 무대를 책임져야 할 배우가 책임을 회피하고 관객을 저격했기 때문이다.

김호창은 또 “난 계약도 안 하고 여태 공연했다”며 제작사와의 갈등을 언급했고, 다른 뮤지컬 제작자 두 명을 거명한 뒤 “당신들이 얼마나 잘났기에 내가 별로라고 하냐”는 글을 쓴 뒤 하차했다. 파장이 커지자 제작사는 “김호창 배우와 출연 계약을 체결했고 계약금도 지급했다. 충분한 연습 기간을 제공했고 김호창 배우만 참여하는 추가 가창 연습을 제안했다. 타 제작사 대표들은 김호창 배우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한 사실이 없다”며 김호창의 주장을 반박했다.

김호창은 지난 24일 결국 사과했다. 김호창은 SNS에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며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저의 미숙한 대처로 발생한 이번 일에 대해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했다. 이어 “컴퍼니 측과 작품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입장 차이에 따른 크고 작은 오해들이 쌓여만 가는 상황이었다. 열심히 하고자 하는 의욕,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중압감이 더해져 관객분의 진심 어린 비평을 편협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적절치 못한 발언을 했다”고 적었다.

배우 김호창이 뮤지컬 '인서트 코인' 하차 배경을 밝히며 제작사와의 갈등을 언급했다. 타 제작자들을 언급한 부분은 지웠다. /온라인 커뮤니티

◇노래 못하는 뮤지컬 배우

평론가 A: “김호창이 노래를 얼마나 못했는지보다는 배우가 관객을 탓한 게 더 충격적이다. 뮤지컬 전문 배우도 아니고 가수도 아니라면 왜 주인공으로 그 뮤지컬 무대에 섰는지도 궁금하다. 뭔가 억울한 일이 있겠지만, 남 탓을 했기 때문에 탈탈 털린 것이다. 실력이 부족해도 뮤지컬 주인공을 맡는 경우가 꽤 있다. 몇몇 아이돌은 눈 뜨고 못 볼 연기와 노래를 보여주지 않나. 그래도 아이돌은 관객이 표를 사주고 덕분에 시장이 굴러간다. 김호창은 제작사가 세일즈를 기대하고 기용했을 텐데 그리 도움이 안 됐나 보다.”

◇인지도 캐스팅의 현실

배우 서현철: “후기로 배우를 공격하는 관객들이 있다. ‘너 배우 그만둬라’ ‘차라리 내가 올라가는 게 낫겠다’ 등등. 물론 아픈 지점을 정확히 지적하는 후기도 있다. 요즘 연기나 노래가 안 돼도 표를 팔기 위해 인지도 있는 배우나 아이돌을 캐스팅하는 건 좀 걱정되는 부분이긴 하다. 다행히 곧잘 하는 경우도 있지만, 작품을 위한 선택이 아닌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내가 지금 무대 이쪽에서 연기를 하고 있는데 관객이 저쪽에 있는 연예인(아이돌)을 본다고 상상해보라. 공연이 산만해지고 삐그덕거릴 수밖에 없다. 객석을 채워야 하는 제작자의 사정도 이해하지만, 이번 사건 접하고 안타까웠다. 그렇지 않은 배우도 많은데 배우라는 집단 전체의 이미지에 나쁜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속상하다.”

◇나도 피해자··· SNS에 엎지른 감정이 문제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 “나는 그 배우를 알지 못한다. ‘인서트 코인’ 드레스 리허설을 1시간쯤 보긴 했다. 그날 배우는 김호창이 아니었다. ‘공연 준비 잘했으면 좋겠다’는 말만 하고 나왔는데 기사를 보고 나도 놀랐다. 배우는 평가를 받는 입장이고 후기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데, 요즘 배우들이 SNS에 감정을 다 쏟아내는 것도 위험하다. 일부 기자들은 사실을 확인하지도 않고 그대로 받아쓴다. 출연 계약서를 쓸 때 SNS 관련해 명문화된 조항은 없다. 구두로 ‘SNS에 공연과 관련된 민감한 내용은 자제해달라’고만 얘기한다. 이번 사건에 내가 거명돼 순간적으로 불쾌했지만 그냥 해프닝이라고 생각한다. 이 기회에 배우들에게 말하고 싶다. 관객이나 언론이 공연에 대해 우리를 평가하는 데 대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좋지 못한 태도다.”

◇김호창은 ‘대학로 아이돌’도 아니다

박병성 더뮤지컬 전 편집장: “그 뮤지컬을 보진 못했지만 노래를 그렇게 못하는 배우를 어떻게 주연으로 캐스팅했는지 이해가 안 갔다. 연극 전문 배우라면 뮤지컬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억울한 게 있어도 어지간하면 참고 넘어가는데 김호창 배우는 이 바닥을 떠날 사람처럼 행동했다. ‘인서트 코인’은 일반 관객이 보러 가는 작품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흔히 ‘대학로 아이돌’로 불리는 배우들은 반복 관람하는 고정 관객이 있기 때문에 팬 서비스도 잘한다. 김호창이 인지도가 좀 있다곤 해도 관객과 이렇게 설전을 벌인 걸 보면 그런 배우는 아니다.”

◇대학로를 정류장쯤으로 여기는 배우들

작곡가 B씨: “요즘 대학로를 종착지라고 생각하는 배우는 거의 없다. 인기를 높이는 정류장 정도로 여긴다. 제작자들이 그걸 이용해 헐값으로 계약하기도 한다. 대학로에서 마이너한 뮤지컬의 주연 배우가 회당 얼마를 받는지 알면 깜짝 놀랄 거다. 옛날에는 배우들이 대학로에서 연극 배우, 뮤지컬 배우로 자리잡겠다는 꿈이 있었다. 지금은 너나없이 언젠가 조정석, 전미도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정류장처럼 여기는데 책임감이 얼마나 있겠나? 무대에 대한 존경심이 없는 거다. 또 뮤지컬 배우라고 다 노래를 잘하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이 뮤지컬은 창작 초연이고 부르기 편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아이돌은 어떠냐고? 그들은 누구보다 프로정신이 있다. 어려서부터 열심히 살아왔기 때문에 노래를 못해도 열심히는 한다. ‘무대에서 귤만 까도 된다’는 말이 있을 만큼, 팬들은 아이돌이 뭘 해도 용서한다.”

뮤지컬 '인서트 코인'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