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목 다친 RM을 위한 군무 2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라이브 공연 ‘BTS 컴백 라이브: ARIRANG’을 개최한 그룹 BTS. 멤버들은 전날 무대 연습 도중 발목을 다친 RM을 위해 일부 곡에서 그를 의자에 앉혀두고 군무를 선보였다. 왼쪽부터 멤버 제이홉, 지민(뒷모습), 뷔, 정국, RM, 슈가, 진. /연합뉴스

이제 서울 광화문을 찾아보는 검색어 목록에 영문 ‘Gwanghwamun’이 맨 먼저 나올 것이다. 21일 오후 8시(한국 시각)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방탄소년단(BTS) 공연 이후,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에서 ‘#Gwanghwamun’ ‘#arirang’ 검색이 쏟아지고 있다. 공연 직후 ‘#BTSLiveonNetflix’ 해시태그가 X(옛 트위터) 전 세계 실시간 트렌드 1위를 기록했고, 공연 장소인 ‘광화문’과 앨범 제목 ‘아리랑’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조선의 정궁 경복궁으로 들어가는 광화문 3개 아치를 배경으로 펼쳐진 BTS 복귀 공연은 광장을 가득 메운 2만2000여 명(스탠딩석 포함) 입장객과, 티켓을 구하지 못해 도로가에 늘어서야 했던 3만~4만명 규모 관중들이 즐긴 거대한 축제였다. 이 모든 모습은 3억 가입자 기반의 넷플릭스로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

현장 관객들은 갑자기 추워진 3월의 밤 기온을 견디며 무대를 끝까지 지켜봤다. 그리고 틱톡과 인스타 등 다양한 소셜미디어로 이 순간을 전(全) 세계에 전파했다. 하이브와 넷플릭스는 신문·방송 등 미디어의 공연 촬영을 엄격히 제한했지만, 관객들이 개인 카메라나 스마트폰으로 공연을 찍는 것은 무제한 허용했다. 각종 한글 간판과 광화문 주변 신문사 건물이 등장한 사진과 영상이 하루 종일 ‘공유’의 네트워크를 타고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광장은 이날 ‘기쁨을 나누는’(sharing joy) 소통의 공간이었다. 우리에게 익숙한, 일방적 주장과 구호로 넘치던 광화문은 이날 없었다. 넷플릭스 중계 영상에선 빛나는 무대와 응원봉을 들고 행복해하는 이들, 멀리서 예쁜 정원처럼 보이는 부감샷(높은 곳에서 본 모습)이 교차 편집돼 나왔다. 틱톡 챌린지에선 현장의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중국어와 영어, 베트남어 등으로 팔로어들에게 보낸 영상들이 넘쳐났다.

광화문 광장과 광화문은 그동안 한국의 민주주의를 상징하거나 조선왕조 500년의 전통을 대변하는 장소로 인식됐다. 2002년 월드컵 때는 4강 진출의 감격을 온 국민이 나눈 장소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BTS의 광화문 복귀 공연은 광화문의 감동을 전 세계로 송신하면서 ‘K’의 원류가 어디인지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 영상은 넷플릭스와 소셜미디어에 남아 끊임없이 재생될 것이다.

공연 첫 곡으로 맨 처음 관객들의 귀를 때린 ‘바디 투 바디’에서 터져 나온 민요 ‘아리랑’은 말 그대로 충격이었다. 외신들은 이날 ‘K팝의 정체성 찾기’라는 기사를 쏟아냈다. 2013년 데뷔 직후 스스로를 “촌놈”(RM의 표현)이라 불렀던 BTS는 미국 진출을 위해 현지에서 공연 전단지를 돌렸고, ‘Dynamite’와 ‘Butter’ 같은 영미 대중들이 좋아하는 노래를 불렀다. 이 두 곡은 한국 가수 최초 ‘빌보드 Hot 100’ 1위와 최장 기간 ‘빌보드 Hot 100’ 1위라는 성적을 냈다. 하지만 일각에선 “(성공을 위해) BTS가 한국적 요소를 버렸다”는 평이 나왔다.

BTS 멤버들은 모두 한국 국적자다. 소년에서 청년이 된 이들이 군 복무를 하는 동안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와 ‘골든’이 골든 글로브와 그래미, 아카데미를 잇달아 석권했다.

멤버 전원이 군 복무를 마치고 복귀한 무대에서 ‘뿌리’를 이야기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멤버 슈가는 공연 중 “앨범에 우리의 정체성을 담고 싶었고, 그래서 ‘아리랑’을 타이틀로 택했다”고 했다. 그렇게 노래 중간, 비트가 사라진 자리에 ‘아리랑’ 노랫소리를 넣고 장구와 꽹과리 장단까지 나오는 ‘body to body’를 공연에서도 첫 곡으로 올렸다. 아리랑은 ‘진도 아리랑’ ‘밀양 아리랑’ 등 무수한 변주를 가진 한국의 대표 민요다. BTS 버전은 ‘광화문 아리랑’으로 불리지 않을까. 귀 밝은 이들은 멤버들이 영어 가사 사이에 “얼쑤”(Hoolligan) 같은 추임새를 넣는 것도 들었을 것이다.

평소 광화문을 비추던 수많은 광고판 불빛은 이날 암전(暗轉)했다. 넷플릭스는 BTS 공연 시간 광고를 매입해 빛을 차단함으로써, 전 세계 사람들이 무대에만 집중하게 했다. BTS와 넷플릭스는 한국의 전통을 상징하는 공간에서 소셜미디어와 디지털 플랫폼의 확장성을 극대화했다. 그렇게 서울의 한복판 광화문이라는 한 ‘점’에서 쏜 메시지가 전 세계로 날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