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나라 말, 무술인 가문에서 자란 곽원갑(리롄제·이연걸)은 ‘힘은 대가가 따른다’는 부친의 만류로 무술을 배우지 못한다. 몰래 집안의 권법 서적을 연구해 고수가 된 원갑은 힘을 과시하기 일쑤였는데, 가족이 복수를 당하는 지경에 이르자 충격을 받고 은둔한다. 몇 년 뒤 귀향해 보니 중국 곳곳에 침투한 서양인들의 위세가 대단했다. 원갑이 거구의 미국인 싸움꾼을 꺾자, 세계 각국의 최강 파이터들을 불러들여 무술 대회를 열고 여기서 원갑에게 굴욕을 주려는 음모가 펼쳐지는데...

사실 이 작품은 영화 ‘정무문’에서 리샤오룽의 스승으로 설정됐던 실존 무술가 곽원갑(1868~1910)의 일대기를 터무니없는 중화주의로 각색한 것이지만, 정작 관객의 기억에 남는 것은 사뭇 다른 부분이다. 일세를 풍미했던 무술 배우 리롄제가 할리우드에서 돌아온 2006년, 43세였던 그가 사실상 전성기 마지막 액션을 종합 선물 세트처럼 몰아넣은 영화이기 때문이다.

맨손 싸움에 이어 창 대결, 펜싱과 검술의 대결, 마지막 일본인과의 한판 승부에서 펼쳐지는 삼절곤(三截棍)까지,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유려하고도 진기한 액션이 밀도 높게 펼쳐진다. ‘존 윅’ ‘범죄도시’ 등 리얼리즘 액션이 주류인 지금 보면 상당히 과장된 무용 공연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무협 영화란 본래 그런 걸 따지는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