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들은 우리가 진실을 말할 것을 알기 때문에 우리를 신뢰합니다. 그것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독자와의 계약입니다.”
세계 신문 발행인들의 단체인 세계신문협회(WAN)의 페르난도 야르자(Fernando de Yarza) 회장은 “기존 신문이 수백 년간 추구해온 저널리즘은 가짜 뉴스에 대한 최고의 처방이 될 수 있다”며 “고전적 의미의 저널리즘을 변화한 시대와 기술에 맞춰 새롭게 적용한다면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는 6월 타이완에서 열리는 WAN 총회 참여 독려를 위해 최근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진실 추구의 원칙은 과거로부터 이어져온 신문의 DNA”라고 강조했다. 128년 역사를 가진 스페인 미디어 그룹 헤네오(Henneo) 회장으로 ‘아라곤 헤럴드’ ‘20분’ 등을 발행하는 그는 “우리 신문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진실 추구’의 원칙을 지켰기 때문이라고 본다”고 했다. 그는 특히 “코로나 팬데믹의 와중에 사람들은 무엇이 진실인지 알기 어렵게 되자 기존 미디어로 돌아오지 않았냐”며 “앞으로 허위 정보와의 전쟁에서 레거시 미디어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사회가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최근 온라인에서 특정 성향의 뉴스만 보는 ‘뉴스 편식’ 현상과 이에 따른 정치·사회적 양극화가 심해지는 것과 관련, “과거 프랑스에는 2차 대전 직후 혼란의 시기에 모든 신문은 크기나 부수에 관계없이 똑같은 조건으로 가판대에 진열해야 한다는 원칙이 있었다”며 “물리적 전시 공간에 적용되던 규칙을 디지털 공간에 요구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구글이나 메타(페이스북) 같은 거대 플랫폼에 똑같은 규칙을 지킬 것을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플랫폼들이 헐값에 신문사들의 뉴스를 가져다 쓴다는 지적에 대해선, “양질(良質)의 저널리즘은 정당한 대가를 기반으로 유지될 수 있다”고 했다.
야르자 회장은 “미디어가 검색 엔진이나 챗GPT, 플랫폼 같은 기술 발전을 계속 따라가며 대응해서는 승산이 없다”며 “끝없는 기술적 에스컬레이션과 경쟁하기보다 뿌리(root)로 돌아가서 독자들에게 무엇이 좋은 뉴스인지 가르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다원적 미디어 풍경과 민주주의의 발달 정도에는 상관관계가 있다”면서 “한 사회는 그들의 수준에 맞는 매체 환경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신문과 저널리즘의 미래에 대해 묻자 젊은 세대를 이야기했다. 그는 “과거엔 나라별 매체 환경이 다 달랐지만, 지금은 젊은 세대의 뉴스 소비 방식이 한국이나 스페인, 프랑스나 룩셈부르크나 어디든 큰 차이가 없다”며 “뉴스를 마치 디지털 재화처럼 소비하는 이들에게 우리가 적응해야 하고 이들에 대한 경험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신문은 더 이상 인쇄물이 아니며 디지털 콘텐츠는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편집의 가치를 구현하긴 힘들지만, 우리에겐 여전히 독자가 있고, 뉴스룸은 언제나 가치를 만들어낼 것”이라며 “사회가 우리를 신뢰하는 한 우리는 우리의 일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