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누구나 모바일로 수많은 기사들을 접하지만, 세상을 제대로 보려면 신문이 한번 걸러준 뉴스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단순 독자(讀者)가 아니라, 때로 비판도 해야 하는 자리를 맡게 돼 한편으로 어깨가 무겁습니다.”
김도연(70) 전(前)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6월부터 조선일보 독자권익보호위원장을 맡아 활동을 시작한다. 올해 출범 21년을 맞은 조선일보 독자권익보호위원회는 매달 회의를 열어 엄정한 지면 비판과 창의적 제언을 위한 토론을 벌이고, 회의 내용을 본지 오피니언면에 소개하는 역할을 해왔다.
김 신임 위원장은 서울대 공대 교수(재료공학)와 공대 학장을 지냈고,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지냈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초대 위원장(장관급), 포스텍 총장 등을 역임한 공학자이자 교육 행정가. 현재 울산공업학원 이사장과 태재학원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태재학원은 학생들이 재학 중 6개월씩 세계 주요 도시를 순회하며 배우는 이른바 한국판 ‘미네르바대학’ 모델을 추구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신문업계가 ‘위기’라는 말을 쓰는 것에 동의하지 않았다. “지금 신문만 위기가 아닙니다. 현재는 산업 문명이 디지털 문명으로 바뀌는 문명사적 전환기고, 산업 문명에서 번성했던 모든 것들이 변화에 직면해 있습니다.”
김 신임 위원장은 대학의 변화를 사례로 들면서 언론과 언론인들에게 필요한 변화의 모델을 제시했다. 그는 “하버드 대학 등 주요 대학들을 보면 교수의 역할이 학생에게 지식을 단순 전달하는 것을 벗어나, 지적(知的) 토의를 이끄는 리더로 위상이 바뀌고 있다”면서 “일일이 찾아주지 않아도 뉴스가 퍼지는 세상에서 신문은 오히려 그 뉴스의 가치를 판별해주는 역할을 더 특화시켜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언론은 낮에 편하게 운전하는 상황이 아니라, 밤길을 운전할 때 앞을 비춰주는 전조등 같은 역할을 해왔다”면서 “우리 사회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지 않고 올바른 길을 갈 수 있도록 하는 저널리즘의 역할은 오히려 더 중요해졌다고 본다”고도 했다.
요즘 신문 지면에서 보는 기사들에 불만은 없을까. 그는 “제가 대학에 오래 있다 보니, 대학을 1~100등까지 줄 세우고 순위 매기는 그런 기사는 좀 옳지 않다고 본다”면서 “이거야말로 산업 문명 시대의 방식 아니냐”고 했다. 또 “정치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보도하는 것도 신문이 한번 과감하게 걸러볼 만하다”면서 “아무리 정치가 중요하지만, 언론이 너무 시시콜콜한 것까지 쓰니까 관여된 사람들 사이에서 쓸데없는 분란을 더 일으키는 것 같다”고 했다.
최근 아주 우연히 개인적으로 조선일보를 비롯해 역사가 오랜 신문들에 담긴 전통을 생각하는 계기를 갖기도 했다. 그는 “한 달쯤 전에 충남 당진에 있는 심훈기념관에 우연히 방문했다가 심훈 선생의 이력 중 ‘조선일보 기자 재직’이라고 씌어 있는 것을 봤다”면서, “’그날(해방을 의미)이 오면 종로의 인경(보신각 종)을 머리로 들이받아 울리오리다’라고 노래했던 분들의 기개를 생각하며, 일제시대 그 힘든 세월을 이끌던 분들이 남긴 정신적 전통이 지금도 이 신문에 남아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루 일과를 집 앞에 배달된 신문을 펼쳐보는 것으로 시작한다는 김 위원장은 조선일보 평생 독자. 하지만, 이는 자신의 선택이 아니다. “어릴 때 부모님들이 결정해서 보시던 신문을 제가 지금도 구독하고 있을 뿐이죠. 대(代)를 이어 보고 있습니다(웃음).”
그는 “언론은 여전히 이 세상에 큰 영향을 미치는 권력 기관이라는 점을 명심하고, 신문에 뭔가 잘못 나가면 현실이 왜곡될 수도 있는 만큼 수많은 독자들을 대신해 적극적으로 발언하겠다”면서 “누구나 기자가 될 수 있는 디지털의 세상에서 전통의 매체인 신문이 이를 돌파하고 혁신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