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방송 시장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현행 최고 5년인 종합편성(종편)채널 사업자들의 승인 유효기간을 7년 이상으로 늘리고, 재승인 심사 기준도 구체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22일 한국방송학회 2022년 봄철 정기 학술 대회에서 열린 ‘콘텐츠 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종합편성채널 규제 합리화’ 세미나에서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TT) 등장 이후 유료 방송 가입자 수가 정체되고 방송사들의 주문형 비디오(VOD) 매출이 감소하고 있다”면서 “이런데도 방송 사업자들은 3~5년마다 돌아오는 재허가·재승인 유효기간이 너무 짧아 장기적인 콘텐츠 투자 계획이나 사업 운영 계획을 세우기 힘든 실정”이라고 말했다. 노 연구위원은 “이에 현행 시행령에 5년 이내로 되어 있는 종편의 승인 유효기간을 7년 이상으로 늘려주기만 해도 종편 사업자들은 콘텐츠 투자 때 어느 정도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토론자로 나온 오하영 문화관광연구원 박사도 “주파수를 사용하는 지상파 방송사와 달리 종편에 대해선 좀 더 느슨하게 ‘공정성’ ‘공익성’ 준수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면서 “최초 승인 기간은 5년으로 한다 하더라도, 두 번째 이후 승인 기간은 8~10년 정도는 해야 안정적으로 사업 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성순 배재대 교수는 “방송 시장 전체를 봤을 때 과거 과도한 규제를 받던 시절에 비해 방송의 영향력은 크게 줄었고, OTT나 유튜브의 영향이 더 커졌다”면서 “방송의 공적 영역을 명확하게 해 거기까지 규제하고 나머지 영역의 규제는 완전히 풀어주는 전향적 사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방송사에 대한 재승인 심사 기준이 모호한 것도 큰 문제로 지적됐다. 계량화가 힘들어 주관적 평가가 이뤄지기 쉽다는 것. 김광재 한양사이버대 교수는 “방송에 대한 전체 평가 지표 중 3분의 2가 정성 평가인 비계량 지표여서 주관적 평가가 이뤄지거나 시대 분위기에 따라 결과가 변질할 수 있다”면서 “결국 정책 당국이 심사와 조건부 승인을 수단으로 활용해 정책적으로 사업자를 통제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 심사 기준을 구체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승인·재허가 시 덧붙이는 각종 ‘조건’이 법률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성엽 고려대 교수는 “콘텐츠 투자 계획이나 네트워크 구축 계획 등 정부가 정책을 달성하고자 붙이는 조건들을 방송사는 별로 필요하지 않은데도 허가(승인)를 받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고, ‘어떤 행위를 할 때는 행정기관과 협의를 할 것’ 이런 식의 조건도 있다”면서 “이런 조건은 법 원칙에 어긋난 규제로, 방송사의 장기 투자나 사업 계획 수립을 가로막는 요소”라고 지적했다.
사회를 맡은 하주용 인하대 교수는 “종편은 출범 이후 공익성에서 지상파 수준을 요구받으면서 시작했고 정치적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지만, 현재는 사업적으로 성장해 놀라운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새로운 방송 환경을 만들어 나가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면서 “미국에서도 새로운 방송 사업자가 등장해 3~5년을 못 넘긴 채널이 많았는데, 우리 종편은 큰 성과를 이뤘다”고 평가했다.
이번 세미나는 ‘혼돈과 새로운 질서’를 대(大)주제로 마련한 방송학회(학회장 도준호 숙명여대 교수) 정기 학술 대회 중 한 세션으로 기획됐다. 종편을 주제로 다룬 세션 외에도 ‘메타버스와 인공지능’ ‘공영 미디어’ 등 30여 세션이 운영됐으며, ‘디지털 시대 유료 방송 규제의 합리적 체계’를 테마로 한 세미나에서도 “20년 전 만든 규제가 과연 지금도 통할까”(임성원 LG헬로비전 담당) 등 시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방송 규제에 대한 비판이 집중적으로 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