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인공들의 폭력은 아름다워도 될까. 최근 종영한 tvN ‘빈센조’의 변호사 빈센조(송중기·왼쪽)와 SBS ‘모범택시’의 김 기사(이제훈)는 악에 복수하기 위해 스스로 손에 피를 묻히고, 고문과 감금, 살인까지 서슴지 않는다. /tvN·SBS 화면 캡처

“사적(私的) 복수는 나쁘다더니 마지막 회에서 공권력까지 들러붙어 복수 클럽 결성하는 건 뭐냐, 원칙은 다 죽었다.”

29일 종영한 SBS 드라마 ‘모범택시’에 대해 나온 반응이다.

이 드라마는 모범택시를 모는 주인공(이제훈)이 범죄 피해자들의 의뢰를 받아 복수를 대행해준다는 스토리. ‘사적 복수’ 미화 논란에 빠졌지만, 그 대상이 된 인물들이 신문 사회면을 주름잡는 실제 악한들이어서 시청자들이 열광했다. 장애인을 착취하는 악덕 기업주, 여성들을 유인해 음란 동영상을 촬영하는 업자, 불법 영상으로 막대한 부를 챙기는 웹하드 업체 사장, 중국인 보이스피싱 조직 등이 그 악당들의 리스트다.

주인공들은 극중에서 사설 감옥까지 만들어 놓고 범죄자들을 감금한다. 이는 복수를 넘어 시스템에 대한 도전으로 비칠 수도 있는 부분. 주인공들의 의도가 아무리 선한 것이라도 결국 처벌받지 않겠냐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드라마의 결말은 이들이 법망을 피해 자신들의 복수 클럽을 계속 이어간다는 내용. 그 탓에 의아해하는 시청자들까지 나온 것이다.

현대 사회의 사법 제도로는 결국 한계가 있다는 메시지다. 이달 초 종영한 tvN 드라마 ‘빈센조’ 역시 충격적 결말로 기존 드라마의 문법을 깼다. 마지막 회에서 마피아 출신 변호사로 설정된 주인공(송중기)이 잔혹한 고문을 통해 빌런(악한)인 재벌 회장(옥택연)을 살해하고, 그의 조력자인 여 변호사(김여진)는 휘발유를 뿌려 불태워 숨지게 만드는 것으로 드라마를 끝냈기 때문. 자신의 어머니를 살해한 악당에 대한 복수이긴 했지만, 법의 심판 대신 자기 손으로 죽이는 극단적 서사였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이들은 범죄를 둘러싼 갈등을 법적 시스템 안에서 해결하는 결말을 택하는 대신, 시스템 바깥에서 마치 고담시(市)의 배트맨 같은 ‘다크 히어로’들을 불러내 잔인하게 복수하는 서사를 택했다”며 “명시적으로 대놓고 기존 시스템을 불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드라마들의 경우, 문제 해결을 위해 개인의 폭력에 의존하는 자경주의(自警主義) 세계관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퇴행'의 징후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기존 드라마·영화에선 공권력이 부패한 집단으로 묘사되고, 검경은 권력과 결탁해 기득권을 지켜주는 것으로 그려지곤 했지만, ‘비밀의 숲’(2017) 황시목 검사(조승우)나 영화 ‘베테랑’(2015)의 서도철 형사(황정민)처럼 부패한 세상을 비추는 영웅적 주인공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스토리텔링의 주된 공식이었다. 하지만, 최근 이 공식이 무너지고 있다. 상투성에서 벗어나려는 극적 장치일 수 있지만, 최근 두드러지는 경향을 보인다. 일부 커뮤니티에선 ‘모범택시'를 놓고 “지금이 ‘인간시장’이 유행하던 1980년대냐”는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김홍신 원작 소설 ‘인간시장’은 제5공화국 시절 억눌린 사회 분위기 속에서 무술에 능한 주인공이 권력자와 부패한 관료들을 직접 처단하는 스토리로 국민들에게 대리 만족을 선사했던 대형 베스트셀러. 이런 서사의 복귀에 대해 김홍신 작가는 “지금은 1980년대 군사 정권 시절과 전혀 다른 상황이지만, 사회적 갈등과 양극화 현상은 더 심해졌다”며 “타인의 삶과 비교할 것을 끊임없이 강요당하는 이 꽉 막힌 상황이야말로 새로운 ‘억압’을 만들어내고 있고, 복수를 통해 대리 만족을 찾는 사람들도 많아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