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라디오 뉴스를 진행하는 아나운서가 기자들이 써온 원고에서 여당에 불리한 내용을 임의로 생략하고 방송해 KBS 내부에서 비판이 제기됐다.
22일 KBS노동조합에 따르면, 지난 19일 방송된 KBS1라디오 오후 2시 뉴스에서 김모 아나운서가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 속보를 전하면서 원래 기사에 포함되어 있던 야당 의원의 ‘봐주기 수사’ 의혹 제기 발언을 생략한 것으로 나타났다.
KBS 노조가 이날 발표한 성명서에서 공개한 기사 원고에 따르면, 당초 원고는 이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 단신 보도와 함께 김웅 국민의 힘 의원의,“정차 중 택시·버스 기사를 폭행한 사건 중에서 합의되었음에도 내사종결 않고 송치한 사례가 있다면, 이용구 엄호사건은 명백한 봐주기 수사다”라고 말한 발언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으나, 김 아나운서는 이 부분을 생략했다. 또, 야당 의원 발언에 대해 ‘주장했다’라고 서술한 표현도 김 아나운서가 ‘힐난했다’로 바꾼 것으로 나타났다. ‘주장하다'는 가치 중립적인 용어인 반면, 힐난하다는 ‘트집을 잡아 거북할 만큼 따지고 들다’는 의미다. KBS노조 관계자는 “방송 뉴스는 단신 보도도 기자들이 작성하며, 진행자인 아나운서는 이를 그대로 읽는 것이 원칙인데, 이를 뉴스 진행자가 임의로 수정하는 전무후무한 일이 벌어졌다”며 “야당 의원 발언의 뉘앙스를 바꾸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외에도 김 아나운서는 이 차관의 폭행 사건 개요를 전한 단신 기사에서도 ‘택시기사는 술 취한 승객이 행패를 부린다는 취지로 경찰에 신고했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이 차관의 신분을 확인한 뒤 추후 조사하기로 하고 돌려보냈습니다.’라는 내용을 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KBS노조는 성명을 통해 “공영방송 KBS 역사상 그동안 듣도 보도 못한 ‘아나운서 제 맘대로 편파 방송사건’이 일어났다”며 “양승동 사장은 즉각 실태를 감사하라”고 주장했다.
아나운서는 청문회를 앞두고 있는 권덕철 보건복지장관 후보자에 대한 야당 국회의원의 주장도 뉴스에서 임의로 생략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략된 부분은 ‘또 이어 2010년 4억 1000만원에 산 강남구 개포동 대치아파트를 2018년 8억8000만원에 팔아 4억7000만원의 수익을 냈고 특히 권 후보자는 세종시에 특별분양받은 아파트에 거주한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라는 내용이었다.
KBS노조는 “앙꼬 빠진 찐빵인 채로 청문회 대상인 장관 후보자 기사를 깔아뭉갠 건 아닌가”라면서 “2노조(언론노조) 소속 조합원인 아나운서가 일부러 여당에 불리한 내용을 삭제한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김 아나운서는 방송 후에도 방송 제작진에게 자신이 뉴스 내용을 바꿔 읽은 것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KBS 1라디오는 평일 오전 6시부터 새벽 1시까지 매시각 정시에 뉴스를 방송한다. 통상 5분이며, 하루 네번 오전 7시, 낮12시, 오후2시, 오후 7시(평일기준) 네 차례 20분 분량의 종합뉴스를 방송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