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 여자, ○○하다(전4권)

장지연·윤민경·황향주 외 지음 | 푸른역사 | 각권 116~176쪽 | 각권 1만~1만2900원

17~18세기 숙종 때 가련이라는 함흥 기생이 있었다. 가창 실력이 뛰어났고 남자 관계는 기구했다. 80세 무렵까지 말을 잘 탈 정도로 기력도 넘쳤다. “남인의 종이 될지언정 노론의 첩으로 살지는 않겠소!”라 일갈할 정도로 정치적 성향도 뚜렷했다.

그런데 유명한 양반이 함흥을 방문하면 반드시 찾아가 한시를 써 달라고 부탁했고 한시 수집을 위해 한양을 세 번 갔다 오기도 했다. 이렇게 모은 한시들을 ‘가련첩’이란 이름으로 엮었다. 왜? 남자들은 한시를 써 주는 과정에서 가련에 대한 산문을 함께 썼고, 그로써 그녀의 생애가 ‘기록’으로 남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시리즈의 1권 ‘여자, 기록을 가로채다’에 실린 윤민경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객원연구원의 참신한 해석이다.

‘여자, 기어이 욕망하다’ ‘여자, 조용히 살지 않기로 하다’ ‘여자, 생존 전쟁을 치르다’ 등 4권으로 구성된 이 시리즈는 고려의 절부(節婦)에서 행랑어멈, 식모, 커리어우먼에 이르는 한국사 속 여성들의 ‘행위 주체성’에 초점을 맞춘 흥미로운 책이다. 필자 7명이 모두 여성 사학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