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등생극론

조동일 지음 | 지식산업사 | 700쪽 | 4만5000원

서로 견주어 높고 낮음이나 낫고 못함이 없다는 대등(對等)은 만인·만생·만물의 상호관계다. 생극(生克)은 다 같이 잘 살아가자는 ‘상생’과 서로 충돌하는 ‘상극’이 결합된 원리다. 대등을 부정하는 차등론이 횡포를 자행하고, 차등론의 대안이라는 평등론이 억지를 부린다는 것이다. 차등론은 경쟁을 통해 같아지자는 것이고 평등론은 경쟁을 하지 말자고 하는 것이라면, 대등론은 경쟁을 통해 달라지자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국문학자이자 서울대 명예교수, 대한민국학술원 회원인 저자는 이 ‘대등생극론’을 통해 ‘과학과 철학을 하나이게 하는 방법’을 찾는다. 서로 통하지 않는 것처럼 여겨졌던 불교의 ‘수행 언어’와 과학의 ‘수리 언어’ 사이에서 이치를 꿰뚫는 제3의 언어인 ‘달관(達觀) 언어’를 구상한다. 그것은 모두를 함께 인정하는 공유의 견해다.

이 언어는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인가? 철학자들은 ‘철학 알기’에 주력할 뿐 ‘철학하기’를 외면한 탓에 철학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짚는다. 이제 찢어진 문명을 통합해 총체적 통찰력을 되찾고, 과학과 철학, 학문과 예술, 이론과 실천이 다시 하나가 되게 하는 힘을 대등생극론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