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국제정치사상
박성우 지음ㅣ아카넷ㅣ600쪽ㅣ3만5000원
한 국가가 안으로는 자유 민주적 가치를 추구하는 동시에, 밖으로는 폭력적이고 억압적인 자세를 취하는 상반된 태도를 보이는 것이 가능할까? 다시 말해 ‘자유’와 ‘제국’은 결합할 수 있는가? 고대 그리스 사상가들은 이 질문에 부정적인 답을 내놓았다. 플라톤은 ‘한 국가의 외교 정책은 구성원인 시민의 정치 생활뿐 아니라 개인의 영혼 형성에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봤다. 투키디데스는 ‘아테네 제국은 시민들의 과도한 욕망으로 인해 쇠퇴했다’고 짚었다.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인 저자는 이 책에서 플라톤과 투키디데스의 이 같은 입장을 ‘제국이 온전히 유지되기 위해선 절제가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한다. 플라톤의 정치철학에는 아테네 제국의 현실적인 문제를 외면하지 않았던 실천성이 존재했다는 것이다.
고대 그리스로부터 마키아벨리, 홉스, 칸트, 밀에 이르는 서양 사상가들의 정치 철학을 짚는 이 책은 ‘고대와 근대의 대화’를 통해 시대를 초월하는 보편적 교훈을 추적한다. ‘현실주의 전통의 재해석’ ‘국제정치적 이상으로서의 정의(正義)’ ‘공화적 이상과 세계 질서’ 같은 각 장의 굵직한 주제가, 철학이란 결코 공리공론이 아니었음을 일깨워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