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완용의 글씨가 궁금했다
강민경 지음 | 푸른역사 | 288쪽 | 2만2000원
‘그러나 당대에 명필로는 이름이 높았다.’ 을사오적의 한 명이자 대표적인 ‘매국노’로 알려진 이완용(1858~1926)에 대해 흔히 인용되는 인물 정보다. 도대체 얼마나 글씨를 잘 썼기에? ‘이규보 선생님, 고려시대는 살 만했습니까’를 써서 2024년 본지 ‘올해의 저자’로 선정됐던 저자는, 편견을 버리고 ‘이완용 명필 신화’의 허실 규명에 나섰다.
글씨를 받기 위해 사방에서 이완용에게 보낸 비단과 종이가 산더미처럼 쌓였다지만, 저자의 분석은 냉정하다. 오세창이 ‘좀 썼다’는 정도로 평가했듯, 이완용의 글씨를 꼼꼼히 분석해 보니 예쁘게 쓰려고 애썼는지는 몰라도 절박함이나 독창성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이완용의 글씨를 얻는 것이 상당한 위세를 보증하는 것이었기에 자연스럽게 ‘이완용 글씨가 좋다’는 평이 생겼으리라는 것이다.
책은 이완용이 근대 서화계에 미친 영향과 그림자도 분석한다. 경성서화미술원, 서화미술회, 서화협회의 창설에 깊이 간여했고 1909년 창경궁 제실박물관의 설립을 제안했다. 1925년 조선인 부자 순위 2위에 이르는 부호였음에도 계산이 잘못됐다며 교육비 납세를 거부했던 ‘현금왕’이기도 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