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서의 은밀한 매력

이재정 지음 | 푸른역사 | 416쪽 | 2만7900원

본문 아래 작은 글자를 두 개 넣는 편집 테크닉 ‘소자쌍행(小字雙行)’이 있는가 하면, 원고지처럼 구획을 둔 ‘정간(井間)’이 있었다. 대나무에 글자를 쓸 때는 불에 쬐어 푸른 색깔을 없애 주는 ‘살청(殺靑)’이 필요했다. 볕이 좋은 날에는 습기와 해충을 막기 위해 책을 바람에 말리는 ‘포쇄’가 있었다. 우리 옛 책의 물성에 눈길을 돌리면 이 같은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온다.

명청시대사를 전공한 역사학자인 저자는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관으로서 조선시대 금속활자를 연구해 왔다. 이번 책에선 고서(古書)의 편집자와 제작자가 남긴 ‘숨은 기호’를 찾아낸다. 독자들이 잘 몰랐을 지식도 풍부하다. 목간이 말려 있는 모습의 한자가 ‘권(卷)’이고 펼쳤을 때는 ‘책(冊)’인데 ‘책 한 권’이란 말이 여기서 비롯됐다. 박물관에는 ‘선장본(線裝本)’이 많은데 끈으로 묶어 튼튼하게 제본한 책을 말한다. 읽다 보면 고서의 존재 가치와 매력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