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의 가을
스티븐 플랫 지음 | 임태홍 옮김 | 글항아리 | 720쪽 | 4만2000원
1853년 뉴욕 데일리 트리뷴의 런던 통신원은 중국에서 일어난 어떤 반란이 ‘하나의 엄청난 혁명이며, 그곳에서 세계의 미래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썼다. 그 통신원은 카를 마르크스였고 그 ‘혁명과도 같은 반란’이란 태평천국의 난이었다.
1996년 미국 학자 조너선 스펜스의 저서 ‘신의 아들 홍수전과 태평천국’(이산)이 태평천국의 기이한 면을 강조했다면, 역시 미국 학자인 스티븐 플랫의 이 책은 세계사적 시각에서 태평천국을 들여다본다. 태평천국의 기독교적 성격을 본 선교사들은 대륙의 개종을 꿈꿨고, 중국에서 가장 생산성 높은 차·비단 산지를 점령했다는 점에서 재계에선 군침을 삼켰다. 만주족에 억압 받던 한족의 반란, 유토피아적 공산주의, 근대화의 기회 등 태평천국을 보는 시각도 다양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1851년부터 13년 동안 지속된 태평천국으로 인해 잔혹한 전투와 전염병과 기근이 2000만 명을 희생시켰고, 이후 청 왕조는 이전의 힘을 회복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청, 태평천국, 서구 열강의 숱한 등장인물은 온갖 오만과 편견을 드러내며 인간이 꼭 이성적으로 행동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