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과 명나라의 사행 외교사

권내현 기획 | 조영헌 외 지음 | 푸른역사 | 464·396쪽 | 3만3000원·2만9000원

“앞으로는 바닷길로 말고 육로로 오도록 하라.” 1409년 명나라 영락제가 조선 사신 권영균에게 한 이 말은 한반도 역대 왕조의 가장 중요한 외교 루트인 사행로(使行路)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힘든 해로가 아니라 비용과 위험도가 모두 낮은 육로로 갈 수 있다니!

그런데 영락제가 이런 말을 한 속셈은 남경(난징)에서 북경(베이징)으로 천도할 계획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 중국의 도읍이 남쪽에서 북쪽으로 바뀌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나? 이제 조선은 중국의 수도에서 가까운 나라가 됐고, 훗날 임진왜란 때 원병을 보낸 것은 북경에 대한 실질적인 위협 때문이었다고 조영헌 고려대 교수는 분석한다.

한·중 역사를 연구하는 전문가 13명이 토론을 거쳐 함께 쓴 이 책은 근대적 국제 관계 형성 이전의 대표적인 외교 행위였던 ‘사행’이 조선과 명나라 사이에서 어떻게 이뤄졌는지 다각도로 살펴본다. 조선은 자국의 안위를 보장받는 동시에 ‘초강대국’ 명의 선진 문화와 경제력을 활용할 전략이 필요했고, 힘의 불균형과는 달리 결코 일방적으로 희생되지는 않았다. 사신은 정보 수집가이면서 동시에 통상 전문가였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