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볼의 중국 지성사 강의
피터 K. 볼 지음 | 민병희 옮김 | 너머북스 | 668쪽 | 3만5000원
송(宋)에서 명(明)까지, 문학과 도학과 고증학 중 어느 것도 조정과 수도에서 시작한 것은 없었다. 지역의 사(士·literati)들 사이에서 학문이 발생했고, 이 학문은 그들이 수행했던 지적, 도덕적, 정치·사회적 운동의 산물이었다. 미국 하버드대에서 중국 지성사를 연구하는 저자는 절강성 무주의 12~17세기에 확대경을 들이대고 이렇게 말한다. 동양사에서 꼭 중앙이 지방을 움직였던 게 아니라 그 반대일 수 있다고.
사란 누구인가? 관직의 유무가 문제가 아니었다. 송대에 이르러 텍스트 전통과 작문을 익힌 사람이 ‘사’로 일컬어졌고, 여기서 출생보다는 학문이 더 중요했다. 지역에 뿌리 내린 엘리트가 학문을 통해 ‘사’로 부상, 국가 엘리트의 중요한 부분을 이뤘던 것이다. 이 같은 ‘지역과 사의 학문’이 중국 문화의 특징이 됐다는 것인데, 저자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이 같은 관점의 지역적 전환이 한국사에서도 유용할 것임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