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용 평전(1·2권)
강명관 지음 | 푸른역사 | 784·584쪽 | 4만9000·3만9000원
조선 후기의 실학자 담헌 홍대용(1731~1783)은 흔히 ‘조선의 코페르니쿠스’라고 일컬어졌다. 지구 자전설(自轉說)을 통해 조선의 전근대적 우주관을 무너뜨린 과학자라는 것이다. 신분제 철폐를 주장한 사회 사상가였고, ‘중화’와 ‘오랑캐’에 차별을 뒀던 화이론(華夷論)을 부정한 내재적 민족주의자라고도 평가됐다. 그러나 국내 대표적 고전학자로 꼽히는 저자가 16년 동안 원고지 5500매 분량으로 쓴 이 대작 연구서는 그 평가의 상당 부분이 ‘신화’였다고 분석한다. 홍대용의 자전설은 지구의 공전에 대해선 침묵했으므로 코페르니쿠스와는 달랐고, 그의 생각은 신분 타파와 별 관련이 없었다는 것이다. 화이론 부정이 민족주의로 읽힌 것도 지나치다는 분석이다.
오히려 홍대용은 정호·정이 형제와 주희 계통의 성리학을 일컫는 정주학(程朱學)의 학자였다는 것이 이 책의 평가다. 홍대용은 정주학의 진리성을 부정한 적 없었고, 실천을 도외시하며 주자를 맹신하는 것을 비판한 ‘실천적 정주학자’였다는 것이다. 결국 홍대용에 대한 과거의 ‘신화적 해석’은 현대 한국인들이 갈망했던 자생적 근대화의 맹아가 투영된 것은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