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적 일본 지식인의 오만과 편견
한상일 지음 | 기파랑 | 448쪽 | 1만8000원
이 일본 잡지는 전후(戰後) 일본의 평화주의를 내세우면서도 북한의 핵 개발에 대해서만큼은 관대한 태도를 보여 왔다. ‘김일성은 핵 개발 의지와 능력이 없다’는 주장을 대변하더니 막상 1990년대 북한 핵 개발이 현실로 다가오자 ‘미국의 위협에 맞서 체제를 수호하려는 것’ ‘협상 카드’라는 논리로 북한을 감쌌다. 2006년 북한이 처음으로 핵실험을 하자 미국 책임론을 강조하고 사실상 북한의 핵 보유를 용인하는 태도를 보였다.
이 잡지는 바로 ‘세카이(世界)’다. 지난 80년 동안 ‘일본 최고 정론지’ ‘진보적 지식인들의 공론장’으로 여겨졌던 매체다. 원로 정치학자이자 국민대 명예교수인 저자는 한국 좌파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세카이’ 지식인의 허상을 파헤치는 이 책을 2008년 처음 출간했고, 북핵 문제를 조명한 부분을 새로 한 장으로 추가해 이번에 개정 증보판을 냈다.
‘세카이’는 한반도 문제에 대해 꾸준히 반한·친북 정서를 보였다. “재일 조선인 귀국자들은 지상의 낙원(북조선)에 안착했다” “청와대 습격 무장 간첩은 남조선에서 일어난 혁명 운동”처럼 지금 보면 어처구니없는 주장이 버젓이 실렸다. 왜? 전후 일본의 이른바 진보 지식인들이 전쟁 원인을 국가주의와 식민주의에 돌린 결과 ‘군부를 핵으로 한 우익 세력’이 비판 대상이 됐다. 샌프란시스코 조약에서 전승국 지위를 주장한 이승만 대통령에 대한 반발도 한몫했다. 남북한에 대한 의견을 개진할 때는 최소한의 사실에 근거하지도 않았다. 저자는 여기서 이른바 진보 지식인들의 허위 의식이 선명하게 드러난다고 준엄하게 비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