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감사보다 소금장수가 낫다’는 속담을 아시나요
우리말에 깃든 조선 벼슬
이지훈 지음 | 푸른역사 | 204쪽 | 1만5000원
‘떼 놓은 당상’이란 속담의 ‘당상’이란 당상관(堂上官)을 말하는 것이라 볼 수 있는데, 조선시대 정3품 상계(위 계단)인 통정대부 이상의 벼슬아치를 말하는 것이었다. ‘평양감사도 저 싫으면 그만이다’란 말의 ‘평양감사’는 또 무엇인가? 평안도 관찰사 또는 평안감사를 말하는 속칭이었는데, 그가 일하는 지역인 평양은 조선 시대 온갖 재화와 물산이 모이는 곳이어서 대단히 풍족했다는 것이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란 속담의 ‘포도청’은 한성과 그 주변에서 도둑을 잡기 위해 설치된 기관이었다. 그러나 도적 소탕이라는 명분으로 백성을 괴롭히는 일도 적지 않았기 때문에 ‘목구멍’에까지 비견될 정도로 무서운 존재였다는 얘기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당상관, 평양감사, 포도청은 지금 사람들이 경험해 봤을 리 없는 아주 오래전 조선 시대의 관직과 관청 이름인데, 왜 이렇게 21세기에도 여전히 잘 쓰이는 속담에 친숙한 듯 남아있는 것일까? 그만큼 그 벼슬이 오래도록 민중의 삶과 밀접하거나 친숙한 존재였다는 게 아닐까.
조선 시대 관료제 연구자가 쓴 문고판 분량의 이 책은 이와 관련된 문제를 학술적인 견지에서 ‘제대로’ 풀어낸다. ‘평양감사보다 소금장수가 낫다’는 말은 임기 2년짜리 관찰사보다 오래 변하지 않는 소금을 파는 장사치가 더 낫다는 뜻이었다고 짚는다. ‘원님 덕에 나팔이라’는 속담을 분석하며, 지방 수령 행차 때 말을 끄는 사람을 ‘거덜’이라 했는데 ‘거들먹거리다’란 말이 여기서 나왔다고 소개한다. 웬만하면 한번 펴들고 난 뒤 끝까지 읽게 될 정도로 흥미로운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