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일외교회고록

야마모토 에이지 지음 | 권병덕 옮김 | 마르코폴로 | 276쪽 | 2만원

1992년 11월 5일 중국 베이징. 북한과 일본의 국교 정상화를 위한 제8차 교섭은 이상하게 꼬였다. 북한 측이 돌연 “일본이 있지도 않은 일본인 여성(납치된 다구치 야에코) 문제를 들고 나왔으므로 협의는 필요 없다”며 전원이 자리를 박차고 나갔기 때문이다. 이 교섭이 2년도 채우지 못하고 결렬된 진짜 이유에 대해, 현장에 있었던 저자는 이렇게 분석한다. 북한의 권력 이양 본격화, 대미 관계 개선 의욕, 친북 일본 정치인의 낙마 등이 복합 작용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일본 외무성에서 줄곧 한반도 관련 업무를 해 온 관료였다. 그는 이 책에서 국교 정상화 교섭과 북핵 위기, 고이즈미 총리의 방북 등 대북 외교의 ‘무대 뒤’ 실무 현장을 담담한 목소리로 풀어낸다. 대북 관계의 중요한 요소에 대해 ‘북한은 몇 안 되는 카드를 최대한 돌려 쓰면서 손에서 잘 놓지 않는다’ ‘북한이 관계 계선의 의지가 없으면 공회전이 된다’고 쓴 부분 등 주의 깊게 읽어야 할 대목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