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악의 기원

폴 블룸 지음 | 최재천·김수진 옮김 | 21세기북스 | 344쪽 | 2만2000원

인면수심의 범죄자가 뉴스에 나올 때마다 우리 중 많은 사람이 읊는 대사가 있다. “역시 성악설(性惡說)이 맞는다니까!” 하지만 성선설(性善說)을 주장한 맹자가 ‘어린 아기가 우물가를 기어다닌다면 안아 구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라 말한 걸 떠올리면 또 다른 생각이 들게 마련이다.

이 책은 두 가지 면에서 흥미롭다. 유명 심리학자 폴 블룸 예일대 교수가 아기들의 행동을 분석해서 바로 이 선악(善惡)의 진화심리학을 밝혀내려 했다는 것과, 그걸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가 번역했다는 것이다. 저자 블룸이 1세 아기에게 인형극 실험을 해본 결과, 공을 돌려주는 ‘착한 인형’과 공을 훔치는 ‘못된 인형’을 구분할 줄 알았다. 도덕적 판단을 하는 것일까? 하지만 아기의 도덕성이란 완벽한 것은 아니어서 타인에게 적대적이거나 배타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아기는 단순하게 ‘착한 존재’나 ‘나쁜 존재’로 규정할 수 없었다. 단지 ‘무한한 가능성의 존재’였다. 블룸은 “도덕성의 씨앗은 이미 우리 속에 심어져 있지만 이 씨앗을 튼튼한 나무로 자라게 하기 위해선 교육과 사회화를 통한 이성적 진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어쩐지 맹자와 순자의 절충인 듯도 싶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