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륭

장훙제 지음 | 조유리 옮김 | 글항아리 | 508쪽 | 2만2000원

한 중국사 전공 교수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만주족이 중국 역사에 남긴 가장 큰 일이 뭔지 아는가? 영토를 엄청나게 넓힌 뒤 그걸 다음 한족(漢族) 정부(중화민국)에 고스란히 넘겨줬다. 원래 중국 영토는 지금보다 훨씬 작았다.” 그걸 이뤄낸 군주가 청나라 6대 황제인 건륭제(재위 1735~1796)였다. 물러난 뒤에도 태상황 자리에 3년 있었기 때문에 실질적인 권력을 행사한 기간이 무려 63년 4개월, 세계사에 유례를 찾기 힘든 장기 집권이었다.

이 책은 청나라 최전성기를 이룬 이 중요한 인물에 대한 쉬운 강의록이다. 당시 인구가 전대보다 두 배 늘어난 3억에 이르렀고 중국 GDP는 세계의 3분의 1을 차지했다고 말한다. 어떻게 그런 성과를? 선천적인 문무(文武) 자질을 갖춘 데다 운도 좋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말년의 탐욕과 지식인 탄압, 서양 문명의 무지에서 비롯된 잘못된 외교 등 어두운 그림자도 짚는다. 청나라 몰락의 징조가 이미 전성기에 나타났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