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모나리자

검은 모나리자

박찬순 지음 | 강 출판사 | 340쪽 | 1만5000원

재난은 우리가 어디에 서 있는지를 바라보게 만든다. 단편 ‘신 테트리스 게임’은 코로나 유행 초기, 코로나에 확진된 대학생 K와 간호사 S의 이야기. K는 대면 접촉이 재한되면서 생계 유지에 필요한 과외를 못 하게 된다. 설상가상 고향인 대구는 봉쇄되고, 돈을 벌기 위해 상차 아르바이트를 하던 도중 코로나에 걸린다. S는 이미 코로나로 환자 둘을 떠나보냈기에, 노심초사하며 K를 간호한다. 그러나 둘은 동상이몽. S는 K가 어서 낫기를 바라며 라일락 사진을 보여주나, 그것은 K에게 고통스러운 현실로 돌아가라는 신호로 여겨진다. K는 콘베이어벨트를 떠올리며 생각한다. “애당초 ‘상차의 달인’이란 없었다. 그저 어떤 상처든 꾹꾹 삼켜야 하는 ‘상처의 달인’이 있을 뿐이었다.”

표제작은 대필 작가 ‘희진’이 어둠에서 빛을 마주하는 과정을 그렸다. 글을 가르치던 탈북 청소년 글짓기센터가 코로나로 문을 닫는다. 우연한 기회에 프랑스로 문학 기행 취재를 떠나지만, 리옹에서 소매치기를 당해 발이 묶인다. 자전거 배달 도중 사고를 당한 소년 ‘아둠’을 만나며 일이 풀린다. 아프리카 출신으로, 제 일을 능숙히 해내는 소년이다. 타국에서 온 그에게 동질감을 느끼며, 함께 배달 일을 한다. 어느 날 아둠은 사라진다. 그러나 그가 고향을 떠올리며 그린 ‘검은 모나리자’ 그림이 희진에게 나아갈 힘이 된다.

2006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작가의 네 번째 소설집이다. 코로나, 이태원 참사를 비롯해 지난 몇 년 동안 우리에게 닥친 재난 상황을 주로 그렸다. 이제는 슬픔 위에 희망의 색을 덧칠할 때가 왔다고 말하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