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꿈

말과 꿈

양선형 지음 | 자음과모음 | 268쪽 | 1만4000원

약속된 것 같은 여정이 있다. 일단 발걸음을 내딛는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알게 된다. 언젠가 꿈에서 보았던 장소다. 흔히 ‘예지몽’이라고 부르는 경험. 분명 몸이 움직였으니 현실일 텐데, 몸을 이끈 건 꿈이다. 우리는 고민한다. 이 여정은 현실이었나, 꿈이었나.

표제작은 ‘그’가 ‘녀석’을 찾아 공항으로 향하는 여정을 그린다. 녀석은 말(馬)이다. 그는 이 말이 비행기 활주로에서 소동을 일으켰다는 뉴스를 접한다. 말을 찾아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낀다. 실제로 본 말은 아니다. 과거 텔레비전 뉴스에서 봤다. 포털 사이트에서 유명한 경주마라는 걸 알게 됐다. 그 뒤로 말이 꿈에 찾아왔었다.

녀석에게 가는 길은 꿈 같은 현실이다. 미터기 속에서 달리는 말의 모습이 떠올라 택시를 탄다. 포옹하듯 양손을 뻗으면 말이 생겨난다. 공항에 도착한다. 말발굽과 말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흉포한 말들이 활주로를 다니고 있다. 대다수는 공항 순찰대원에게 포획된다. 그러나 녀석의 행방은 찾을 수 없다. 비행기에 탄 그는 녀석의 사체를 목격했다는 뉴스를 포털 사이트에서 본다. 그 순간 사이트가 먹통이 된다. 졸음이 밀려온다. 낯선 남자가 그 옆의 창문 블라인드를 내리며 말한다. “깨워서 미안해요.”

2014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작가의 세 번째 소설집이다. 현실과 꿈의 경계를 넘나드는 단편들을 묶었다. 서사에서 어디까지가 현실인지 파악하는 건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현실과 꿈 모두 지금의 우리가 감각하는 것들이라는 점을 받아들일 때, 작가가 건네는 언어적 유희를 더 온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