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잔티움의 역사
디오니시오스 스타타코풀로스 지음 | 최하늘 옮김 | 더숲 | 410쪽 | 2만2000원
책 앞부분에 실린 ‘비잔티움 제국 최대 판도’를 보면 놀랍다. 이베리아 반도와 북아프리카, 이탈리아와 그리스·불가리아를 거쳐 최근 지진 참사가 일어난 튀르키예와 시리아의 전역(全域)이 포함돼 있다. 무려 1000년이라는 시간 동안 고대·중세·근세와 유럽·아시아·아프리카에 오래도록 넓게 걸쳐 있던 ‘문명의 접점’에서 용광로처럼 온 세상의 문화를 수용했던 제국이 바로 비잔티움(동로마 제국·395~1453)이었다. 서유럽 중심의 역사적 시각으로 인해 부당하게 가려졌을 뿐이다.
비잔티움의 정치·군사사 못지않게 의도적으로 사회·경제·문화사도 부각한 이 책은 대부분 베일에 싸이다시피 했던 그 역사를 친근한 이야기체로 풀어냈다. 저자는 비잔티움이 민족과 언어·신앙을 가리지 않고 사람들을 받아들였으며, 거대한 위기를 뚫고 적응하며 살아남았다고 말한다. 그리고 한쪽 발은 고대에 담근 채 그 시절의 예술과 문화를 기독교 제국의 취향과 감성에 맞게 재창조해냈다는 것이다. 그들이 보존한 지식과 예술은 멸망한 뒤에도 사라지지 않았다. 많은 비잔티움 학자가 이탈리아로 건너가 그리스어 문헌을 필사하고 라틴어로 번역해 후세에 전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