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성서를 쓰지 않았다
카럴 판스하이크·카이 미헬 지음 | 추선영 옮김 | 시공사 | 712쪽 | 3만9000원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라는 구약성서의 유명한 말은 복수를 정당화하는 말처럼 여겨진다. 과연 그런가? 생물학자와 역사학자가 함께 쓴 이 책은 오히려 “유혈이 낭자한 복수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 마련된 응보의 법”이라고 말한다. 도시에 설치된 장로회의가 나름대로의 기준을 세워 즉결 처분이나 지나친 복수를 방지하고 공정한 보상을 하기 위해 만든 개념이라는 것이다.
저자들은 1000년에 이르는 긴 세월에 걸쳐 기록된 성서가 대단히 훌륭한 문화인류학적 텍스트라고 본다. 인간의 본성을 여실히 드러내는 증언이자, 새로운 세계에 적응하기 위해 시도한 모든 것을 기록한 일기장이라는 것이다. 창세기에서 아담과 이브가 에덴 동산을 쫓겨난 이야기는 인류가 수렵·채집 단계에서 정착과 농경 생활 단계로 들어서면서 노동 강도가 세진 집단적 기억 속의 상황을 반영한다. 그다음 사유재산을 바탕으로 등장한 사회를 드러내는 것이 카인과 아벨 이야기인데, 경쟁과 불평등, 폭력이 난무해 혼란이 빚어진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성서는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이 아직도 고군분투하는 온갖 어려움의 기원과 근본적 통찰력을 알려준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