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집 오르는 마음

최예선 지음 | 앤의서재 | 376쪽 | 1만9800원

“누각을 오르면 또 다른 세상이 나오고 그다음 누각을 올라가면 또 다른 세상이 나왔다. 그 계단 하나하나에 짐을 덜어내고 또 덜어내는 것만 같았다.”(부석사) “적어도 절집에선 ‘산 넘어 산’이라는 말이 더없이 청량하게 들린다.”(송광사)

예술 칼럼니스트인 저자가 이 책에서 우리나라 절집 열일곱 곳을 소개하는 방법은 문화유산을 탐구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바람과 물 소리, 구불구불 대나무 숲길과 돌계단, 숨차게 오른 깊은 산속의 차 향기를 하나하나 음미하고 체험하며 수행의 길을 걸어 보는 것이다. 그 오랜 세월 절집을 세우고 꾸미고 지켜온 사람들 마음을 헤아리며 다시 자기 자신을 지그시 응시한다.

그렇게 따라가 보면 새삼 우리나라 절의 다채로운 모습과 만나게 된다. 깊은 산 신비로움이 서린 청량사, 기암절벽이 가득한 도솔암이 있는가 하면, 궁궐을 닮아 위풍당당한 용주사도 있다. 그곳을 찾은 사람들이 다시 속세로 내려갈 때면 이미 인생의 다음 여정을 밟기 시작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