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 기다리기

햇빛 기다리기

박선우 지음 | 276쪽 | 문학동네

일상에서 지친 이에겐 작은 떨림도 큰 충격으로 다가온다. 표제작 속 화자가 그렇다. 연인과 떠난 새해 여행에서 자연스레 일출을 기대했지만, 상대방은 미지근하게 반응한다. 연인 관계에 대한 고민은 자신의 처지에 대한 고민으로 나아간다. 가족을 비롯한 사람들은 게이인 자신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불안이 계속돼 소설을 더 이상 쓸 수 없다. 모아둔 돈이 없어 내 집 마련은 요원하다.

결국 둘 다 늦게 일어나 일출을 보지 못한다. “내키는 대로 했으면 좋겠어”라는 연인의 속마음을 듣는다. 그 순간 또 다른 해가 가슴속에 떠오른다. 일출을 보지 못해도 괜찮다. 앞으로도 일상은 고되겠지만 언젠가 볼 일출을 기다리며 살아간다. “나는 눈을 떴다. 찰나였으나 일출을 본 것만 같았다.”

2018년 작품 활동을 시작한 작가의 두 번째 소설집이다. 택시 안에서 떨어져 앉아 연인임을 감추는 인물(‘사랑의 미래’) 등 동성애 커플의 일상 속 고통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많다. 그러나 인물들은 한 줄기 빛을 놓지 않는다. 아직은 어둠 속에 있기에 그 빛의 형태는 불분명하다. 그럼에도 언젠가 빛을 내며 떠오를 순간을 기다린다.

작가는 “누군가 내 곁에 있을 때면 더 이상 내 곁에 없는 사람을 떠올리게 된다”고 밝혔다. 우리는 일상에서 내 곁에 있는 이들만을 떠올리기 쉽다. 힘들 땐 특히 그중에서도 나를 슬프게 하는 사람들이 잘 보인다. 일상이 지칠 때, 내 곁에 없는 사람을 떠올려보는 건 어떨까. 아직 그가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언젠가 내 마음속에서 떠오를 거라는 기대. 그 기대가 지친 우리의 일상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