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계 독일작가 다와다 요코(62)의 소설 ‘지구에 아로새겨진’(은행나무)은 Hiruko(히루코)의 여정을 통해 ‘모국어’의 의미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Hiruko가 태어난 일본은 그가 유럽 유학을 하던 중 바다에 잠겨 사라진다. 돌아갈 곳을 잃은 그는 자신과 같은 모국어를 쓰는 사람을 찾아 여행한다. ‘판스카’라는 언어를 직접 만들어 사용한다는 설정. 새로운 문법을 받아들이며 그 형태가 계속 변하는 언어다. 그 언어에 매료된 인물들이 여행에 합류하는 이야기.
모국을 떠나는 Hiruko의 삶은 요코 자신의 경험과 맞닿아 있다. 일본 도쿄에서 태어난 그는 열아홉 살 때, 혼자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독일을 여행했다. 그 경험을 계기로 20대에 독일로 이주했다. 언어 자체의 불안성을 소재로 한 작품을 일본어와 독일어를 넘나들며 써 왔다. 일본의 아쿠타가와상, 독일의 클라이스트상 등 양국에서 다수의 상을 받았다. 최근 ‘지구에 아로새겨진’의 국내 번역 출간을 계기로, 그를 서면으로 만났다.
-모국이 사라지고, 모국어를 쓰는 사람들을 찾아 떠난다는 설정은 어떻게 착안했나요.
“저는 40년 전부터 독일에 살았는데 때로 일본어로 말하고 싶어집니다. 한동안 일본어로 이야기하지 않으면, 일본어로 말하는 인간이 지구상에 정말 존재하는 것인지 의심스럽기까지 합니다. 왠지 일본어가 나를 제외하고는 누구에게도 통하지 않는 언어인 거 같아져 불안해져요.”
-스칸디나비아 어느 나라에서든 통하는 ‘판스카’라는 언어를 만든다는 구상은 어디서 나왔나요.
“일로 자주 스칸디나비아에 갔었는데, 스웨덴과 노르웨이 사람이 각자 언어로 말하고 있는데도 서로 말이 통하는 것을 보고 재미있다고 생각했어요. 체류국을 몇 번이나 바꾸어야 했던 이유로 하나의 언어를 완전히 마스터할 여유가 없는 이민자의 경우, 중간 언어가 생겨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건 분명 ‘오류투성이 언어’일 테지만, 그래도 유연히 통하는 경우에는 새로운 언어로 평가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오늘날 모국어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저는 모국어라는 말을 이제 사용하지 않습니다. 하나의 국가에서 하나의 언어만을 이야기할 수 있는 상황은 오늘날의 세계에서 무척 드문 일입니다. … 어릴 적부터 주변에 있는 언어를 가능한 한 흡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모국어는 지금부터 만나게 될 모든 언어를 받아들이게 될 지반으로서 무척 중요한 것입니다. 지반이 잘 일구어져 있으면 많이 받아들일 수 있을 테니까요.”
-AI가 시와 소설을 쓰고, 외국어를 통번역해줍니다. 앞으로 언어의 의미, 소설가의 역할은 어떻게 바뀔까요.
“번역 소프트웨어는 분명 큰 발전을 이루고 있지만, 시를 번역하게 한다면 엉망이 됩니다. 소설의 경우는 어느 정도 번역할 수 있어도 반짝임이 전부 사라져버리고 맙니다. 물론 AI가 쓸 수 있는 소설도 존재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인 우리들은 항상 AI가 쓸 수 없는 문학을 생성해나갈 필요가 있는 것이 아닐까요.”
-노벨상 후보로 종종 거론되고 있습니다.
“저의 책은 많은 독자가 모두 재미있다고 생각할 만한 성격의 책은 아니지만, 세계의 여러 구석구석에서 재미있다고 생각해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을 떠올리면서 세계의 모퉁이 어딘가에서 계속해서 집필해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