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착각

이진우 지음|휴머니스트|208쪽|1만5000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의 세계는 그 이전과 확연히 다를 것이다.” 포스텍 명예교수이자 철학자인 저자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성찰하는 책을 내놨다.

저자는 이번 전쟁이 유럽의 ‘30년 전쟁’(1618~1648년)에 필적할 역사적 대분기를 낳을 것이라고 본다. 개신교와 가톨릭, 전제군주정과 봉건제의 운명을 가른 30년 전쟁 이후 중세는 끝나고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었다. 저자는 1·2차 세계 대전도 ‘2차 30년 전쟁’이라 지칭한다. 두 차례 세계 대전 이후 세계는 핵전쟁에 대한 공포로 오랜 평화 시기를 보냈다. 평화 시대가 저물어 가는 지금, 역설적으로 전쟁에 대한 공포가 평화를 유지하게 해줬음을 깨닫는다.

저자 역시, 이 전쟁이 어떻게 끝날지는 모른다. 다만 평화 시기에 연결됐던 세계 경제는 이미 탈(脫)동조화가 시작됐고, 국가마다 권력 집중화가 빨라지고 있다. 세계의 성격이 바뀌고 있는 것. 저자는 HBO ‘왕좌의 게임’의 유명한 대사를 빌려 ‘겨울이 오고 있다’고 경고한다. 책은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저술한 고대 그리스 아테네의 역사가 투키디데스의 말을 인용하면서 끝난다. “전쟁은 냉혹한 스승이다. 폭력에 관한 진리를 폭로함으로써 인간 본성에 관한 성찰을 촉구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