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만강 국경 쟁탈전 1881-1919|쑹녜선 지음|이지영·이원준 옮김|너머북스|464쪽|2만8000원
우리가 ‘북간도’라고 불렀던, 두만강 북쪽 일대의 역사를 통해 한국과 중국, 일본의 근대 국가 형성에 이 지역이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보여준다. 윤동주 시인이나 박경리 소설 ‘토지’를 떠올리게 하는 용정, 연길 같은 이 지역 지명들은 지금도 우리 민족적 상상력의 원천 공간이지만, 현실적으론 중국에 속해 있고, 현재는 이 지역 출신 조선족들이 중국인 신분으로 한국에 들어와 살아가고 있다. 지금도 그만큼 다층적인 성격을 갖는다.
저자는 1881년 발생했던 월경(越境) 사건을 계기로 청과 조선 사이 국경 조사와 협상이 시작된 이후 간도협약(1909년)으로 두만강의 국경선이 확정될 때까지 이 지역의 역사와 조선족 형성 과정을 상세하게 복원한다. 당시에도 이미 이 지역은 나라 잃은 조선인들에게 민족적 결집의 상징적 공간이었고, 청이나 중화민국 입장에선 ‘변경’ 형성을 통한 국민국가 건설의 기반이었다. 일본엔 제국주의 건설의 교두보이기도 했다. 저자는 이곳에서 여러 국가적 주체와 작용하는 힘들을 변수로 놓고 분석하는 탈(脫)민족주의적 역사 연구를 시도한다. 따라서 ‘북간도는 우리 땅’ 같은 결론을 바라는 이들에겐 어떠한 해답도 제시하지 않는다.
중국 칭화대 교수인 중국인 저자가 영어로 썼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와중에 역사가 현실 정치에 어떤 반성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 오랫동안 생각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