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옳은가
후안 엔리케스 지음|이경식 옮김|세계사|372쪽|1만7800원
기술 발전으로 인류는 곳곳에서 윤리적 딜레마에 빠졌다. 체르노빌 이후 원전은 인류 미래를 위태롭게 하는 더러운 기술로 인식됐지만, 지금은 기후변화를 늦춰줄 안전 기술로 추앙받기도 한다. 역사상 가장 강력한 무기 체계, 거대 규모로 연결된 경제적 상호 의존성, 기후변화 등을 특징으로 하는 이 시대에 ‘윤리’ 문제는 뜨거워질 수밖에 없다.
영국서 노예들이 갑자기 사라진 것은 산업혁명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기계 노동력이 인간 노동력을 대체했기 때문이다. 노예제도조차 인권이나 윤리 문제로만 볼 수 없는 이유. 어제의 세계는 지금 옳지 않을 수 있고, 그 반대도 가능하다. 중국에서 은밀하게 연구하는 금지된 기술들, 예컨대 인간 배아 대상 유전자 편집 같은 것이 훗날 인류의 유전적 결함을 극복해준 윤리적 기술로 평가받을 수도 있다.
생명과학자이자 미래학자인 저자는 인공지능, 가짜 뉴스, 바이오테크, 바이러스 등 현대사회를 규정한 여러 키워드와 연결된 윤리 문제를 끊임없이 소환해 우리 앞에 던져놓는다. 단, 해답을 제시하기보다는, 과거처럼 이분법에 따라 한쪽을 선택하고 반대쪽을 비난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고 매우 위험할 수도 있다는 점을 역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