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의 방

정시우 지음|휴머니스트|440쪽|1만8000원

연기가 끝나고 배우는 어디로 갈까? 작품 속 역할에서 빠져나온 그의 민낯은 어떤 모습일까? 이 책은 박정민 천우희 안재홍 변요한 이제훈 주지훈 김남길 유태오 오정세 고두심 등 배우 10명이 자기만의 공간을 보여주는 특별한 인터뷰 릴레이다. 천우희는 오빠의 한정식집으로, 변요한은 피규어 카페로, 오정세는 병원 근육치료실로, 고두심은 제주의 감귤 창고로 독자를 데려간다.

박정민의 집에는 마작 테이블(’타짜3′의 흔적)이 있다. ‘썩어빠진 당신의 무엇’이라는 제목이 붙은 수첩에 눈길이 붙잡힌다. 군대 이등병 시절부터 힘들었던 밑바닥의 모습들, 열등감과 피해의식이 담겨 있다. 일종의 블랙박스다. 자기 안에 끓어오르는 게 너무 많은데 견뎌낼 생각으로 팔에 타투로 참을 인(忍)도 새겼다. 초등학교 때부터 볼 꼴 못 볼 꼴을 다 공유하며 우정을 쌓았다는 친구들을 통해 이 배우를 들여다보기도 한다. 흥미진진하다. 책장이 바삐 넘어간다.

배우 박정민의 생각들이 적힌 수첩 /휴머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