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안데르탈

리베카 랙 사익스 지음 | 양병찬 옮김 | 생각의힘 | 660쪽 | 3만원

이 책을 마무리하던 2020년 늦봄, 영국의 과학 저술가인 저자는 코로나 팬데믹이 확산되는 걸 보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혹시 우리가 끔찍한 전염병을 그들에게 퍼뜨렸던 건 아닐까?” 충분히 그럴 가능성도 있었는데, 여기서 ‘우리’는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 ‘그들’은 4만 년 전에 절멸한 인류의 한 종(種) 네안데르탈인이었다.

네안데르탈인에 대한 꼼꼼한 안내서인 이 책은 “그들은 결코 진정한 사람으로 가는 길목에 자리 잡은 고속도로 휴게소가 아니었다”고 말한다. 현생 인류보다 더 큰 뇌와 골격을 지녔던 그들은 ‘또 다른 최신형 인간’이었다는 것이다. 그들은 협동과 이타심, 상상력, 장인 정신과 미적 감각, 미래에 대한 계획을 지니고 있으면서 기후변화의 엄청난 소용돌이 속에서 뛰어난 적응력을 보이며 30만년 넘게 생존했다.

왜 그들이 멸종했는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현생 인류와 이종교배가 있었기 때문에 우리 몸 안에도 그들의 흔적이 남아 있다. 현재 사하라 사막 남쪽 혈통을 제외한 세계인이 1.8~2.6%의 네안데르탈인 DNA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쓸쓸한 말투로 “유전자만 남기고 사라진 그들처럼, 우리도 언젠가 그렇게 되지 말란 보장은 없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