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썹을 펴지 못하고 떠난 당신에게 | 박동욱 지음 | 궁리 | 372쪽 | 1만6800원

“이미 아내가 눈썹을 펴는 데 아무것도 해주지 못하고는, 지금 내가 밤새 두 눈 뜨고 있은들 펴지 못한 눈썹에 무슨 도움이 되리오? 눈썹을 펴지 못한 채 죽어서 장차 내 온몸으로 속죄하려 함에 또 어찌 눈만 오래 뜨고 있는 것으로 한단 말인가?”

조선 후기 선비 심노승(1762~1837)은 16세에 동갑내기인 전주 이씨와 결혼했으나, 서른한 살 되던 1792년 상처(喪妻)했다. 그때부터 2년 동안 아내를 그리워하는 시 26편과 글 23편을 썼다. ‘미안기’의 서문인 위 글에서 ‘눈썹을 펴지 못했다’는 말은 기쁠 일이 없었다는 뜻이다. 살아생전에 아내를 진정 기쁘게 해 주지 못하다가, 아내가 훌쩍 떠나 버리자 이제 그도 기쁠 일이 영영 사라져 버렸다는 것이다.

오래전 시집 ‘접시꽃 당신’을 읽고 눈시울을 훔쳤던 사람이라면, 아마 이 책을 읽고선 급류처럼 쏟아지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한양대 교수이자 한문학자인 저자는 전작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에서 조선 아버지들을 다룬 데 이어, 이번엔 희로애락을 함께했던 조선 부부의 관계를 추적한다. 아내를 잃은 뒤 띄운 조선 선비들의 회한 어린 편지를 통해서.

채평윤은 매년 아내의 생일만 돌아오면 제문과 묘지명을 지어 주체할 수 없는 그리움을 달랬고, 과거 시험에 떨어진 정약용은 아내를 비롯한 가족 모두가 가난해진 상황에서 ‘이깟 공부는 해서 어디에 쓸 건가’ 절규했다. 20년 넘게 귀양살이를 한 유희춘은 집안일을 아내에게 떠넘겨야 했던 미안함을 토로했다. 저자는 말한다. “무수한 슬픔의 기억은 시련을 견딜 수 있는 굳은살을 가져다 준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