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화의 시대

윤진영 지음 | 디자인밈 | 524쪽 | 3만5000원

표준국어대사전은 ‘민화’를 ‘예전에, 실용을 목적으로 무명인이 그렸던 그림’으로 풀이한다. 민화를 그린 화가는 막연하게 ‘서민 화가’로 여겨졌다. 그런데 한국학중앙연구원 수석연구원인 저자는 민화의 새 개설서인 이 책에서 “실제로 민화를 그린 화가는 서민이 아니라 중인층이나 평민층일 여지가 많다”고 주장한다. 고도의 전문성을 갖추지는 못했지만 그 나름대로 재능을 지닌 화가였다는 것이다.

책은 “민화와 궁중 회화는 무관한 것이 아니며, 선을 긋듯 경계를 구분짓기도 어렵다”고도 말한다. 19세기 말, 그림에 관한 일을 맡던 관청인 도화서가 폐지됐다. 많은 도화서 화원이 거리로 나와 그림을 팔았고, 궁중 양식 회화가 민간에서 유통되는 현상이 생겨났다. 고도의 장식성을 지닌 궁중 회화가 소박하면서도 자유분방한 민화에 영향을 주면서 공존했다는 것이다.

민화의 유통과 소비를 파고든 부분도 흥미롭다. 18세기 후반 서울 종로와 광통교에 그림 가게가 등장했고, 19세기 중엽부터는 차츰 점포 형태를 갖추게 됐다, 이때 새롭게 부를 축적한 신흥 부유층이 성장하면서 그림 수요가 커졌다. 고급 병풍으로 표구한 궁중 장식화는 상류층, 민간 회화는 평민층으로 구매자가 나뉘어 활발한 거래가 이뤄졌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