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파트 경비원입니다
최훈 지음 | 정미소 | 218쪽 | 1만5000원
이사 가는 가구에 가서 대형 폐기물 수거료 4만5000원을 내야 한다고 했더니 잘해야 마흔쯤 됐을 남자가 욕설을 퍼부으며 삿대질한다. “바빠 죽겠는데 아침부터 경비가 돈 내놓으라고 ×랄하고!” 경비원인 저자는 “이럴 땐 ‘나는 투명인간’이라 여기며 자리를 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한다.
건설 회사에 다니다 무역 회사를 차렸고 경영 악화로 폐업한 뒤 60대에 아파트 경비원이 된 저자는 경비 노동자 3년의 기록을 이 책으로 남겼다. 3개월마다 근로 계약서를 갱신하기 때문에 입주민에게서 민원 대상자가 되지 않으려 애쓰고, 자신을 ‘갑질본색’이란 영화의 조연으로 여긴다. 오래 비운 집의 반려견이 구슬프게 짖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분리수거일 저녁이 되면 ‘경비원 1명 대 500 가구의 대결’을 벌이는 고달픈 이야기가 담담하게 펼쳐진다. 대부분 아파트 입주민일 많은 독자에겐 오래도록 가까이 있었으나 그다지 공감하지 못했던 삶에 대해 아프게 깨우쳐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