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탄생
유승훈 지음|생각의힘|512쪽|2만원
부산은 뜨거운 가마솥이다. 지명에 사용된 한자(釜·가마솥 부) 때문만은 아니다. 태평양을 향해 언제라도 뛰쳐나갈 듯한 모양새의 이 도시는 유구한 세월을 바다 건너 문물과 맞서야 했고, 그 바깥에서 온 것[外來]들과 뒤섞여 새것을 만들어내는 용광로 역할을 해왔다.
힘 있고 거친 지역 사투리만큼이나 시끄러운 곳이기도 하다. 부산 정치 파동, 부마사태 등 이 도시가 시끄러울 때마다 우리 역사에는 큰 변곡점이 만들어졌다. 지금도 가덕도 신공항, 내년 4월의 보궐선거로 이 지역의 소음도가 높아지고 있다.
책은 부산의 역사를 변방으로 보는 관점을 거부한다. 역사 전문가인 저자는 6·25전쟁 기간 3년간 피란 수도 역할을 하면서 형성된 ‘중심’으로서 부산의 정체성을 보여주고, 경부고속도로가 뚫린 뒤 수출 전쟁의 최전선이 되어 우리가 산업국가로 도약하는 데 어떻게 기여했는지 보여준다. 그리고 시곗바늘을 좀 더 뒤로 돌려 부산의 개방성이 조선에서부터 면면히 이어져 왔음을 보여준다. 저자가 소개하는 옛 사진들과 지도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낯선 변방에 퇴적되어 있던 시간의 지층을 발굴하는 저자의 손길이 세심하고 애정 가득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