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형

반병률 지음|한울아카데미|368쪽|3만9000원

1909년 10월 안중근 의사가 하얼빈 의거를 일으키기 전까지 그는 안 의사를 지원한 ‘배후 인물’이었다고 전해진다. 안 의사가 그의 집에서 사격 연습을 했다는 증언이 있고, 하얼빈으로 떠날 때 여비와 총을 그에게서 제공받았다는 주장도 있다. 러시아 한인 사회의 개척자이자 연해주 독립운동의 대부로 알려진 최재형(1860~1920)이다.

한국외대 사학과 교수인 저자가 최재형의 순국 100주년을 맞아 쓴 이 책은 분단 이후 오랜 세월 잊혔던 연해주 독립운동 대부(代父)의 삶을 복원한다. 소작농의 아들로 태어나 러시아로 이주, 군수품 납품으로 부를 축적한 그는 러시아 최초의 의병부대인 동의회를 조직했고, 대동공보 사장으로서 언론을 통한 애국계몽운동에도 앞장섰다. 일본군이 연해주에서 러시아 혁명 세력과 한인들을 불시에 습격한 1920년의 ‘4월참변’ 때 가족을 위해 도피하지 않고 체포돼 학살된 마지막 장면은 독자를 뭉클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