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우씨는“읽는 것보다, 쓰는 일이 더 즐겁다. 나만의 시각을 더 키워갈 것”이라고 했다. /김지호 기자

“몸으로 돈 버는 사람이 허리를 다치니까 막막했죠.”

올해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자 이진우(35)씨는 작년 9월 촬영장에서 카메라 삼각대를 들던 도중 멈춰 섰다. 프리랜서로 촬영 장비를 나르는 등 일을 하다가 누적된 허리 통증 때문. ‘이 정도 무게에 말이 되나’ 싶었지만, 일을 쉬며 집에서 지내야 했다. 그는 “다른 일을 할 수도 없고, 같이 사는 어머니에게 생활비를 줄 수 없어 미안했다”고 했다.

다친 게 전화위복이 됐다. “항상 글 쓰고 싶은 욕망은 있었지만, 생계 때문에 본격적으로 쓰진 못했습니다. 촬영 일을 시작하기 전에 써둔 시 중에서 당시 감정이 선명하게 떠오르는 것부터 살펴봤어요. 고치다 보니 아예 다른 시가 됐지만요.”

문학이 좌절의 순간에서 그를 일으켜 세운 건 처음이 아니다. 시작은 영화. 대학 입시에 세 번 떨어진 다음 원하지 않는 대학에 들어갔다. 몇 달을 방에서 나오지 않았고, 많게는 하루 9편씩 영화를 봤다. 시나리오 작가가 되고 싶어, 군대 전역 후 25살에 연극영화학과에 들어갔다.

정작 대학 시절 그를 사로잡은 건 시와 소설. “예산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영화보다는, 글만으로 완전한 형태인 ‘문학’이 더 매력적이었어요.” 졸업을 앞둔 1년 동안은 글만 썼다. 신춘문예, 공모전 등 약 15곳에 응모해 모두 떨어졌다. “촬영 일이 촉박하다 보니, 마음 놓고 글만 쓸 수 있는 마지막 해라고 생각했어요. 미련을 남기고 싶지 않았습니다.”

문학의 꿈은 버릴 수 없었다. 잠 못 자며 일하다가도 쉴 때면 글을 썼다. 5년 동안 약 10개의 드라마·영화, 100개 넘는 광고 촬영에 참여했다. “평소 ‘경주마’처럼 일하며 제 삶을 돌아보지 못하다가도, 쉴 때면 결국 글 쓰는 일상으로 돌아왔어요.” 2년 전 직장인을 대상으로 하는 한 신춘문예에서, 연기자 지망생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로 당선되기도 했다.

유일한 문우(文友)는 ‘팟캐스트’였다. 학원·학교 등에서 문학 강의를 받지 않고, 문학 작품을 꾸준히 찾아 읽고 썼다. 자신의 시에 대한 평가를 받은 것도 이번이 처음. 막막할 땐 시인이 출연하는 팟캐스트를 들었다. “어떤 생각으로 시를 쓰는지”를 배우기 위해서였다.

당선작인 ‘멜로 영화’ 역시 수년 전 팟캐스트에서 박준 시인을 접하며 나왔다. 그의 시집을 읽다가 등단작 ‘모래내 그림자극’ 속 ‘비디오테이프’라는 소재에 꽂혔다. 이씨는 “전공을 살려 시를 써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한다. “영화 촬영을 하는 5년 동안 필력이 더 좋아지지는 않았겠지만, 그 경험과 감정이 제게 긍정적인 영향을 줬습니다.”

영화, 소설, 시… 그의 폭넓은 문학적 관심은 ‘재미’로 압축된다. “제 작품이 유희의 대상이 되면서, 누군가에게 위안을 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시를 쓸 때도 읽는 사람이 재밌는 언어로 쓰고 싶어요. 앞으로도 그저 계속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