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은 세계 고양이의 날이었습니다. 2002년 국제동물복지기금에서 첫 행사를 개최한뒤 애묘인들 사이에서도 ‘쇠야 하는’ 날로 점차 확산되는 분위기입니다. 고양이는 분류학적으로 큰고양이와 작은 고양이로 구분되죠. 큰고양이에는 알려진대로 사자·호랑이·표범·치타·재규어 등 덩치 큰 맹수들이 줄줄이 포진돼있습니다. 그런데 작은고양이라고 해서 작고 연약한 냥이들만 있는 건 아닙니다. 우선 단지 몸의 구조만 작은 고양이에 더 가깝다뿐이지 사자·호랑이·표범과 대등한 북미 맹수의 제왕 퓨마가 여기 속해있습니다. 삵과 스라소니, 보브캣 등 덩치만 좀 작다뿐이지 야생을 호령하는 녀석들도 이 부류이고요. 오늘은 조금 늦었지만 고양이의 날을 기념해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국적이면서도 황홀한 매력을 가진 작은 고양잇과 맹수 4대 천왕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큰고양이과 맹수의 섬뜩한 아우라와 작은 고양이 특유의 연약함이 공존하는 이들은 최근 반려묘로도 길들여지기도 합니다. 덩치는 조금 작지만, 사냥꾼으로서의 본능은 큰고양이나 퓨마에 비해 전혀 뒤떨어지지 않기도 하지요.
◇ 표범과 치타의 장점을 고루 갖춘 서벌
먼저 소개할 친구는 아프리카 사바나가 산지인 서벌입니다. 이 짐승의 이름을 자칫 잘못 얘기하다간 대화 분위기가 싸늘해질 수도 있겠습니다. 앞에 ‘이런’같은 접두어를 붙였다가는 특히요.^^;;; 표범과 치타를 반반쯤 섞어놓은 듯한 모습을 한 서벌은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 지역의 사바나에 많이 삽니다. 유연하고 날렵한 몸매가 보여주듯 타고난 육상선수여서 나무를 타거나 헤엄치는데 능하고 순간적으로 속도를 내서 전력질주도 가능합니다. 표범과 치타의 장점을 골고루 갖췄다고 봐야죠. 특히 제자리에서 껑충 뛰어올라서 새를 잡는 비기(秘技)는 표범과 치타가 갖추지 못한 기술이기도 하죠. 쫑긋한 귀는 훌륭한 안테나이자 네비게이션이어서 풀숲에 숨은 토끼나 설치류들을 찾기 제격입니다.
◇ 뾰족하게 뻗은 귀가 매력적인 ‘작은 퓨마’ 카라칼
서벌이 치타+표범의 모습이라면, 카라 칼은 영락없이 퓨마의 축소판 같습니다. 줄무늬 없는 옅은 갈색의 몸색깔에 수염처럼 얼굴에 선명하게 난 검은 털이 그렇죠. 바짝 선 세모진 귀와 그 위로 뻗은 술은 카라칼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게 해주는 특징이기도 합니다. 아프리카에서 아라비아를 거쳐 중앙아시아 일대까지 살고 있는 카라칼 역시 전천후 사냥기술을 자랑합니다. 소리없이 다가가 덮치기도 하고, 지구력을 바탕으로 먹잇감을 쫓고 또 쫓아 끝내 쟁취하기도 합니다. 앞서 서벌의 제자리 점프 능력에 대해 얘기했는데 카라칼도 뒤지지 않습니다. 제 몸길이의 두 배가 훌쩍 넘는 1.8m까지 뛰어올라 새를 잡습니다. 새의 입장에서는 얼마나 섬뜩할까요. 카라칼은 냥이들마냥 ‘그르렁’ 소리도 곧잘 내고 반려묘처럼 제법 잘 길들여지기도 하지만, 집짐승을 노리는 유해조수로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기도 합니다. 그 외에도 카라칼은 고양잇과 중에서도 특이한 점이 있는데 성체는 물론 어린 새끼 시절에도 몸에 점박이가 없다는 것이죠. 사자도 이렇지는 않거든요.
◇ 숨막히게 아름다운 아마존의 살쾡이 오셀롯
이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보세요. 털가죽은 또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아름다움으로 따지자면 고양잇과 맹수 통틀어서 세 손가락에 꼽히는 오셀롯은 그러나 남미 아마존 생태계의 숨은 강자이기도 합니다. 원숭이, 주머니쥐, 맥(멧돼지와 비슷하게 생긴 초식동물)의 새끼에겐 무서운 천적입니다. 먹잇감 뒤에 숨어있다가 급습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아예 공개된 장소에서 싸움을 걸어서 힘으로 굴복시키는 천상 싸움꾼입니다. 다소 청초하게 생긴 첫인상과는 180도 다른 화끈한 성격이죠. 대개 모든 짐승들이 그렇듯 천적은 인간입니다. 특히 오셀롯은 아름다운 털가죽을 노린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수난을 당했고 이 때문에 숫자도 현저하게 줄어들었죠. 오셀롯은 동남아시아 밀림에 살고 있는 고양잇과 맹수들과도 매우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약 1200만년전에서 300만년전 사이 아시아에 살던 조상들이 시베리아와 알래스카 사이 베링해를 건너서 북미로 이동한 뒤 다시 남미까지 내려간 것으로 과학계에서는 보고 있습니다. 비슷비슷하게 생긴 고양잇과 맹수들이 큰 바다를 사이에 둔 다른 대륙에 분포하는 수수께끼를 풀 수 있는 열쇠를 지녔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가진 종이기도 합니다.
◇ 고양이와 족제비를 반반 섞은 듯한 신비의 재규어런디
작은고양이 계열 맹수 중에서도 가장 신비롭고 베일에 쌓여있는 종이 바로 재규어런디입니다. 다른 종과 확연히 다르거든요. 여느 종들처럼 호리호리한 몸매를 갖고 있지만 수달을 연상시킬 정도로 길쭉합니다. 서식지는 중앙아메리카 쪽에 집중돼있습니다. 얼핏보면 아마존강에 사는 지상 최대의 자이언트수달과 흡사할 정도입니다. 특히 설치류나 뱀 같은 사냥감을 잡은 뒤 앞발로 단단히 잡고 뜯어먹는 모습은 대체로 족제비 무리들이 보여주는 특징이기도 합니다. 이런 까닭에 수달고양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립니다. 재빠르게 나무를 타고 공중으로 껑충 뛰어오를 때는 역시 수달과 족제비의 사촌뻘인 담비와 빼닮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또 잠을 잘 때 둥그렇게 몸을 웅크리는 모습은 영락없는 냥이와도 흡사하고요. 몸색깔도 줄무늬나 점박이무늬, 황토색이 아닌 회색 또는 검붉은색입니다. 무엇보다도 울창한 숲에 살아가면서 사람 눈에 좀처럼 띄지 않습니다. 주서식지인 남미지역의 개간 때문에 존립이 위협받고 있죠. 미국 텍사스주에서는 한때 서식했다 자취를 감춘 재규어런디를 복원하는 프로그램이 주 차원에서 진행되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