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대유행 국면에서 유독 수난을 겪은 짐승이 천산갑이다. 사람과 같은 젖먹이동물이지만 온몸을 감싸고 있는 두터운 비늘 때문에 간혹 파충류라는 오해도 받고 있는 천산갑은 고기와 비늘이 고가에 거래되면서 숱하게 밀렵돼 절멸위기에 내몰렸다.여기에 중국 야생동물시장으로 밀매된 천산갑이 초창기 코로나 바이러스 숙주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대번에 ‘코로나의 숙주’라는 낙인이 찍혔다.
이는 아직까지 기원이 밝혀지지 않은 코로나 감염경로에 대한 숱한 가설 중 하나일 뿐이었다. 천산갑에 대한 선입견을 씻어줄 사랑스러우면서도 슬픈 모습이 공개돼 화제다. 인터넷 동물 사이트 ‘더 도도’가 아프리카 나이지리아에서 불법 포획돼 죽음 일보직전까지 갔다가 가까스로 구조된 아기 천산갑의 성장기를 최근 소개했다. 지난 2월 마크 오푸아씨는 흰배천산갑 새끼에 대한 구조 요청을 받고 50㎞떨어진 나이지리아 최대도시이자 무역항인 라고스로 한달음에 달려갔다.
여기서 야생동물고기시장으로 팔려가기 직전의 아주 어린 천산갑을 구해냈다. 포획 상태에서 음식과 물을 거의 먹지 못하고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던 어미에게서 태어난 새끼는 심각한 저혈당 상태였고, 몸이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었다. 세인트마크스 동물병원으로 옮겨진 아기 천산갑은 ‘닐’이라는 이름을 얻었고 오푸아씨를 비롯한 스태프들이 헌신적으로 돌봤다.
천산갑은 원래 겁이 많고 숨어 지내는 편인데 ‘닐’은 건강을 회복한뒤 무럭무럭 자라며 활달하게 지내고 있다. 요즘은 자신을 돌봐주는 사람들의 얼굴을 기다란 혓바닥으로 핥으며 청소도 해주면서 애정을 표현하고 있다. 이렇게 혓바닥을 쭉 내미는 것은 앞으로 살아가는데 중요한 훈련이 된다. 천산갑은 아르마딜로나 개미핥기처럼 혓바닥을 내밀어서 개미나 흰개미를 주로 먹기 때문이다.
천산갑은 모두 8종이 있는데, 이번에 구출된 새끼는 아프리카에 사는 나무 천산갑이다. 어느 종을 막론하고 천산갑은 고기와 비늘을 노린 밀렵꾼에게 남획되고 있는 대표적인 멸종위기종이다. 천산갑의 두툼한 비늘은 사람의 손·발톱과 마찬가지로 케라틴 단백질이 주 성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