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한 불법 개 도축장에서 발견된 소형견들. 이들은 버려지거나 길을 잃고 동물보호소로 인계됐다가 은밀하게 도축장으로 옮겨진 것으로 나타났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최근 5년간 국내 유기·유실 동물의 실태를 상세하게 분석한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동물자유연대가 발간한 ’2016~2010년 유실·유기동물 분석 보고서:그들은 왜 길로 나왔나?’입니다. 작년 한 해 집계된 유기 및 유실사건 12만8717건 중 개가 73.9%이고, 고양이가 24.9%니 사실상 개와 고양이에 대한 보고서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보고서에 나타난 특징적 흐름을 다섯가지 열쇳말로 정리해봤습니다. 자료의 분석에 도움을 주신 동물자유연대에 감사드립니다.

◇ 발생건수는 농고도저(農高都低)

국내 한 한 동물보호소에서 사람을 애절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반려견들. /동물자유연대 제공

유기·유실사건은 도시에서 발생빈도가 낮고 농촌 등 비도시지역에선 높은 흐름을 보였습니다. 광역단체별로 극적 대조를 이루는 곳은 서울과 전남입니다. 17개 시·도 중 서울만 유일하게 매년 발생 건수가 감소하고 있습니다. 반면 농촌·산촌·어촌이 골고루 있는 전남은 2020년 발생건수가 2016년 대비 세 배가 넘습니다. 인구 1만명 대비 최다발생 시·군·구 톱5는 경남 밀양·제주 서귀포·강원 정선·경남 창녕·경기 연천, 최소발생 상위 5곳은 서울 서초·강남·송파구, 경북 구미, 서울 구로구입니다. 집값과 소득수준과 동물 유기·유실과 상관관계가 있는 것일까요. 동물자유연대측은 무리한 해석이라고 경계하며 주거 환경의 특성과의 연관성으로 진단합니다. 도심 지역일수록 단독주택 비중이 높고 CCTV 가 촘촘해 유실이나 유기가 쉽지 않은 반면 농촌지역일수록 개나 고양이를 풀어 키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 주인 품에 안길 가능성은 노고소저(老高少低)

한 동물보호소에서 우리 너머로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사람을 보고 있는 유기견들. /동물자유연대 제공

동물은 새끼 때가 귀엽고 예쁘지만, 나이들면서 매력은 반감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성체들의 유기가 더 많을 것 같지만 아니었습니다. 유실·유기 동물들 중 0세 개·고양이의 비중이 2016년 38.2%, 2017년 41%, 2018년 44.7%, 2019년 47.8%, 2020년 52.2%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습니다. 풀어놓아 기르던 개들의 무분별한 번식으로 길거리에서 발견된 강아지, 어미를 잃었거나 버림받은 새끼 고양이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신고가 많아졌기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고령 개체일수록 반환비율(잃어버린 동물을 주인이 찾아가는 비율)이 높다”며 “오래 키우며 정이 든 동물은 어떻게든 찾아내려는 의지가 강한 편”이라는 것이 채일택 동물자유연대 정책팀장의 진단입니다. 숫자도 이를 증명해줍니다. 유기·유실 동물 반환비율의 경우 지난 5년간 0세는 2.1~3.7%. 11~15세는 31.3%~48.5%, 16세 이상은 48.9%~61.5%를 기록했습니다.

◇ 사라질 가능성은 잡고순저(雜高純低)

지난해 코로나로 인해 다소 줄어들긴 했지만 국내에서 유기되거나 유실되는 동물의 숫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유기·유실되는 개들을 품종별로도 구분해보니 이른바 ‘잡종’이라고 불리는 믹스견들의 비중이 소위 ‘품종견’보다 훨씬 높았습니다. 믹스견과 품종견의 발생비율 격차는 2016년 5.2%이었으나, 2017년 13,8%, 2018년 24%, 2019년 40.8%, 2020년에는 52.2%로 빠르게 벌어지고 있는 중입니다.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들도 품종을 꼼꼼하게 따지기 때문에 이른바 ‘잡종견’일수록 정을 주지 않아 더 많이 버려지는 것일까요. 그 정도로 인간이 매정하지는 않다는 분석입니다. 믹스견일수록 덩치가 크고 아파트가 아닌 마당에서 키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열린 문틈으로 나가고, 동네를 배회하다가 길을 잃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라고 동물자유연대는 진단합니다.

◇ 안락사는 제고부저(濟高釜低)

철창 속 개들의 눈빛이 처연하다. 사람에 의해 버려지거나 길을 잃은 개들은 보호소로 옮겨진 뒤 일정기간 재입양에 실패할 경우 결국 안락사에 처해질 수도 있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보호소에 맡겨진지 일정 기간이 지나도 주인을 찾거나 재입양되지 못하면 결국 이들을 기다리는 것은 안락사입니다. 안락사 건수는 지역별 편차가 커서 제주(55.1%)가 부산(5.7%)보다 열 배나 높았습니다. 제주도가 유독 유기·유실동물들을 끝까지 살려서 어떻게든 입양시키려는 자비심이 유독 박한 걸까요. 제주도만의 특수한 상황을 감안해서 봐야 하는 수치라는 분석입니다. 집나간 개들이 들개로 야생화하는 문제가 다른 지역보다 심각하다는 것입니다. 사방이 바다인 섬이라는 지형적 특성도 감안해야 할 것 같습니다.

유기·유실 동물 문제는 정서적 황폐화 뿐 아니라 사회적 비용으로 돌아옵니다.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반려동물을 얻는 손쉬움과 키우고 돌보는 어려움의 괴리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라고 활동가들은 얘기합니다. 결국은 이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는 책임감이라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