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 서울대공원 동물원을 찾은 동물전문가들이 아시아코끼리의 발톱관리 장면을 지켜보며 평가하고 있다. /서울대공원 제공

만일 한국 기네스북에 페디큐어(발톱관리) 부문이 있다면 단연코 이곳이 등재될 것이 확실합니다. 경기도 과천 서울대공원 동물원 말입니다. 페디큐어 고객이 어지간한 ‘왕발’도 아닌, 땅에서 사는 동물 중에 가장 덩치가 큰 코끼리거든요. 그래서 ‘지상 최대의 페디큐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 네일샵의 특별한 단골고객들

우선 이 특별한 네일샵의 단골 고객들을 소개합니다. 전원 암컷으로 이뤄진 ‘엘레펀트 패밀리’입니다. 맏언니는 올해 쉰 여섯의 사쿠라입니다. 태국에서 태어나 일본 다카라즈카 동물원에서 코끼리 쇼단의 일원으로 생활했지만, 동물원이 문을 닫으면서 2003년 서울대공원으로 거처를 옮긴 뒤 노후를 보내고 있습니다. 무리의 리더는 열 일곱살 차이나는 서른 아홉살 키마입니다. 1985년 서울대공원이 문을 열 때부터 자리를 잡은 터줏대감입니다. 그 아래 철부지 모녀 수겔라(17세)와 희망이(5세)가 있습니다.

서울대공원에 살고 있는 아시아코끼리 4인방. 왼쪽부터 사쿠라(56세), 키마(39세), 수겔라(17세), 희망이(5세). 수겔라와 희망이는 모녀지간이다. /서울대공원

수컷들은 하나둘씩 세상을 떠났습니다. 위풍당당하고 큼지막한 귀를 펄럭이던 국내 유일의 아프리카 코끼리 수컷 ‘리카’가 2008년 스물 아홉에 폐사했고, 이듬해에는 오랫동안 관객들과 교감해왔던 아시아코끼리 ‘자이언트’가 57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2018년은 비극이 겹쳤습니다. 동물원 원년멤버인 수컷 칸토(40세 추정)가 6월달 숨을 거둔데 이어 두 달 뒤에는 희망이의 아빠이자 수겔라의 남편인 가자비가 불과 열 네살의 나이로 이승과 작별했기 때문입니다.

코끼리 발톱의 육아조직을 도려내는 모습. 세심하면서도 신속하게 진행돼야 하는 작업이다. /서울대공원

◇ 페디큐어의 핵심은 조갑염 제거

이 건강 관리의 핵심이 바로 페디큐어입니다. 매일 기본적으로 발 세척 작업이 진행됩니다. 코끼리는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고, 성질도 결코 온순하다고는 할 수 없는 동물입니다. 그래서 코끼리와 사육사 모두의 안전을 위해 철저하고 깐깐한 매뉴얼이 만들어져있습니다. 경험이 풍부한 사육사 3명이 한 조가 돼 발 관리에 투입됩니다. 안전한 발 세척 및 발톱 관리를 위해 구조물(훈련벽)에 코끼리가 그 안으로 발을 들이밀면 높은 수압의 호스를 뿌려 발을 깨끗이 씻습니다. 육안 또는 엑스레이 촬영을 통해 발톱에서 균이나 상처 등이 발견될 경우 발톱관리에 들어갑니다.

세균 감염으로 코끼리 발톱에 나타나는 염증을 ‘조갑염’이라고 합니다. 페디큐어의 핵심은 바로 세척과 이물질 제거, 발톱균열을 관리하고 조갑염이 발생하면 이를 제거하는데 있습니다. 이를 제 때 치료하지 못하면 최악의 경우 걷지 못하는 상황까지 올 수도 있거든요. 말 발굽의 편자를 갈아줄 때 쓰는 날길이 5㎝ 가량의 루프 칼을 이용해 환부를 도려냅니다. 이 때 출혈이 발생하기 때문에 지혈도 신속하게 이뤄져야 합니다. 발톱관리사(사육사)와 고객(코끼리)의 교감과 신뢰가 중요할 수 밖에 없습니다.

서울대공원 최고령 암코끼리 사쿠라가 페디큐어를 받기 전(왼쪽)과 후 모습. 한결 깨끗해진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서울대공원

◇ 발만 잘 관리해도 무병장수 누리게 돼

이 때문에 코끼리가 자세를 제대로 잡고 사육사들은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도록 간단한 동작 훈련도 받습니다. 부를때 가는 법, 기다리는 법, 훈련벽에 기대기, 코를 올리거나 내리는 등의 동작을 숙지하는 것이죠. 발톱 관리 담당자인 고슬기 주무관은 “발톱검사 및 관리를 위한 동작을 딱 한 번만 알려줘도 그대로 숙지한다”며 “코끼리가 정말 지능이 높다는 것을 실감한다”고 말했습니다.

세계자연기금(WWF) 홈페이지 /사바나를 걷고 있는 위풍당당한 아프리카 코끼리. 코끼리는 상아를 노린 밀렵으로 숫자가 급감한 대표적인 멸종위기종이다.

코끼리는 발만 잘 관리해도 무병장수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합니다. 실제로 서울대공원에서도 발 때문에 고생하다 작별한 케이스가 있습니다. 2018년 6월에 숨진 칸토입니다. 숨지기 3년 전인 2015년 4월 앞발톱에서 농양이 발견됐습니다. 동물원에서는 농양 부위를 지속적으로 절제한 뒤 소독하는 방식으로 계속 치료를 해왔고, 약물치료까지 병행하면서 극진한 돌봤지만, 증상 발견 뒤 3년만에 영영 먼길을 떠났습니다.

미국 뉴욕주 버펄로 동물원의 아시아 코끼리가 페디큐어를 받고 있다. 코끼리를 보유한 세계 각국 동물원은 코끼리의 발 건강을 위해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버펄로동물원 홈페이지

◇ 세계 유명동물원들끼리 노하우 전수도

코끼리 페디큐어는 세계 유명 동물원에서도 매우 신경을 쓰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해외 동물원에서도 발 질환으로 목숨을 잃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주요 동물원들 사이에 체계적인 협력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지난 2013년 서울대공원에서는 코끼리를 30년 넘게 전담사육해 ‘코끼리 돌봄의 달인’으로도 유명한 미국 휴스턴 동물원의 매거릿 휘태커씨를 초빙해 노하우를 전수받았습니다. 모쪼록 세심한 발관리를 받고 있는 코끼리들이 무병장수하기를 기원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