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65·서울 동작구갑·3선)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동작구 의원이 성비위 의혹으로 구의회 윤리특별위원회에 회부됐으나, 같은 당 소속 윤리위원장이 해당 사안을 처리하지 않은 채 시간을 끌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구의회 안팎에서는 5개월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서 구의원들이 공천을 받기 위해 김 의원의 눈치를 보고 있기 때문이란 주장이 나온다.
동작구의회 윤리특위, 안 여나 못 여나
지난 1월 7일 주간조선의 취재를 종합하면 A 구의원은 2024년 3월경 지역 주민이자 민주당 여성 당원인 B씨에게 수차례 카카오톡 메시지 등을 통해 자신의 성기 상태와 성행위 요구를 암시하는 듯한 성희롱 발언을 한 혐의로 최근 피소됐다. 해당 의혹은 지난해 11월 한 언론 보도를 통해 처음 제기됐다. 이후 11월 13일경 동작구의회 국민의힘 소속 동작구갑 구의원들을 중심으로 A 구의원을 성희롱 및 품위유지 의무 위반 등으로 윤리위에 회부했다. 이들은 윤리위가 해당 의혹을 조사하고 필요시 징계 처분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윤리위는 현재까지 열리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시 동작구의회 조례 및 규칙에 따르면 동작구의회는 의원의 윤리심사 또는 징계·자격심사에 관한 사항을 심사하기 위해 윤리위를 두고 있다. 요구가 있을 시 의장은 이를 본회의에 보고하고 윤리위에 회부하면 위원장이 개회할 수 있다. 하지만 윤리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은하 민주당 동작구의원(바 선거구 사당3·4동)은 현재까지 회의를 열지 않고 있다.
동작구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 관련 안건이) 윤리위로 회부는 됐지만, (김 위원장이) 안건을 심사하기 위한 회의 진행을 아직 결정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의사일정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정재천 동작구의회 의장은 주간조선에 “윤리위 등 개별 위원회는 해당 위원장만 열 수 있다”고 말했다. 한 구의원은 “안건은 이미 회부됐지만 아직도 열리지 않고 있다”면서 “위원장이 (A 구의원과) 같은 당이라서 뭉개고 있다”고 지적했다.
동작구의회 내부에서는 민주당 구의원들이 윤리위 개최를 꺼리는 것을 두고 조만간 있을 제9회 지방선거와 연관이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 지역구 국회의원인 김병기 의원이 기초의회 공천과 관련해 영향력이 큰 상황에서 그의 측근인 A씨를 징계하는 것은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와 같다는 것이다. 또한 김 의원이 지난해 말부터 불거진 각종 의혹으로 정치적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A구의원의 윤리위가 열렸을 경우 불똥이 튈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 의원은 서울 동작구갑 지역구에서 제20대 국회부터 현 제22대 국회까지 내리 3선을 한 현역 의원인 동시에 민주당 지역위원장을 맡고 있다. 민주당 지역위원장과 국민의힘 당협위원장은 통상 지방선거 후보자 공천에 앞서 자신의 지역구 관할 기초단체장(시장·군수·구청장)과 기초·광역의원 예비후보를 우선 추천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각 시·도당 공천관리위원회에서 단수 추천 혹은 당내 경선으로 최종 후보자를 낙점하지만 해당 지역위원장 및 당협위원장의 입김이 큰 영향을 미친다. 게다가 현역 의원이자 다선일 경우 그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눈 밖에 나면 공천은커녕 심사 대상에 오르기도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 정치권의 정설이다.
이미 김 의원의 영향력은 앞서 불거진 여러 의혹을 통해 어느 정도 입증이 됐다는 분석이 많다.최근 민주당에서 제명된 강선우 의원이 김경 서울시의원으로부터 1억원의 공천헌금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묵인하고 김 시의원을 강서구 제1선거구 후보로 단수 공천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게 대표적 사례다.
A 구의원은 김 의원 정책특보뿐만 아니라 지난해 대선 당시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동작구갑 총괄특보단장, 선거대책위원회 총무본부장, 온라인 대변인을 역임했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동작구협의회 간사도 지냈다. 동작구 내에서는 A 구의원을 김 의원의 후광을 업은 이른바 ‘지역 실세’ 중 하나로 꼽는다. 따라서 오는 6·3 지방선거 공천을 받으려는 동작구청 및 구의회 등 지자체 전·현직 관계자들이 ‘알아서’ 김 의원과 A 구의원의 ‘눈치’를 보고 사안을 뭉개고 있다는 것이다.
동작구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김병기가 A 구의원 관련(의혹)은 그냥 덮어주고 있는데, 자기(민주당) 당원이 입은 피해는 모른 체하는 모순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면서 “(김 의원이 6·3 지선을 앞두고) ‘공천 장사’를 다 해놨을 텐데 놔두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누구는 구의원 공천에 몇천만원을 줬다, 누구는 구청장 자리에 몇억원을 줬다는 설까지 다양하다”며 “(김 의원이 지역구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걸 끊기 위해선 (민주당 동작구갑) 지역위원장에서 내려와야 하고 그러려면 의원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불거지는 상황을 의식한 듯 지난 1월 6일 서울 동작구청에서 열린 ‘2026 동작구 신년인사회’에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지희 동작구의회 부의장, 윤리위원장인 김은하 구의원, A 구의원 등 김 의원과 관련된 민주당 소속 구의원들도 불참하거나 금세 자리를 떴다. 이날 오세훈 서울시장과 나경원 의원(서울 동작구을·5선), 장진영 동작구갑 당협위원장 등 국민의힘 소속 인사들은 대거 참석해 끝까지 자리를 지킨 모습과 대조적이었다.
주간조선은 동작구의회 윤리위와 관련해 김 위원장과 A 구의원 측에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끝내 응답은 없었다. 다만 A 구의원은 주변에 해당 의혹과 사실 관계를 부인하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A 구의원은 언론보도로 사안이 알려지자 B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선제 고소했다. 경찰은 조만간 사건을 배당하고 정식 수사에 착수할 경우 A 구의원을 소환 조사할 수도 있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