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 급락으로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가운데,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취재진이 미디어월에 중계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기자회견 장면과 딜러를 촬영하고 있다./ 고운호 기자

미국 발 통상 갈등에 이어 미국-이란 전쟁 이슈까지 겹치며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친다. 증시 변동성이 커지는 날이면 신문 1면 사진 후보로 빠지지 않는 장면이 있다. 붉거나 파랗게 물든 지수 화면 앞 딜러들의 모습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주요 은행들이 딜링룸을 새로 꾸미고 미디어월을 전면 개편하면서 취재 풍경도 달라졌다.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급락하며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지난 2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전광판에 표시된 지수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기자회견 영상, 뉴스 화면을 함께 담았다./ 고운호 기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는 가운데 사진 및 영상기자들이 스케치 촬영을 하고 있고, 촬영을 마친 기자들은 서둘러 마감을 하고 있다. 금융·경제 뉴스가 있는 날이면 딜링룸은 다양한 직업군으로 붐빈다./ 고운호 기자

배경에는 신문 1면 사진의 상징성이 있다. 주요 경제 이슈를 설명하는 대표 이미지로 자사 딜링룸이 실리면 유무형의 홍보 효과가 뒤따른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4월 명동 사옥 딜링룸을 을지로 본점으로 옮기며 ‘하나 인피니티 서울’을 열었다. 본점 4~5층 전체를 사용하는 2096㎡ 규모에 126석을 갖춘 대형 공간이다. 다른 은행들도 딜링룸 개편에 속도를 냈다. 그 결과 딜링룸은 업무 효율뿐 아니라 노출 경쟁력까지 따지는 공간이 됐다.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 신한은행도 미디어월을 손봤다. 공간 설계 단계부터 언론 노출과 촬영 동선을 고려하기 시작한 것이다.

2008년 10월 9일 오후 서울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외환딜러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당시에는 전광판이 없어 사진기자들은 모니터 화면을 걸어 촬영했다./ 오종찬 기자

사진기자에게 이상적인 딜링룸은 개방감 있는 공간과 큰 미디어월이다. 그래야 취재진이 한곳에 몰리지 않고 움직이며 다양한 앵글을 확보할 수 있다. 넓은 공간은 렌즈 선택의 폭도 넓힌다. 같은 지수를 담더라도 어떤 거리와 구도로 찍느냐에 따라 사진의 완성도는 달라진다. 종가 직후의 짧은 시간 안에 그날의 핵심이 코스피인지 환율인지 유가인지 파악해 한 장으로 보여줘야 하는 입장에선 선택지가 많을수록 뻔하지 않은 이미지를 구상할 수 있다.

2015년 4월 14일 코스피 지수가 2111.72로 마감한 서울 명동 외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이 환하게 웃고 있다. 당시에는 화면에 지수만 표시돼 지수와 사람 표정을 함께 담는 정도가 취재의 최선이었다./ 조선일보DB

미디어월은 딜링룸 취재 경쟁의 핵심이다. 과거 전광판이 작은 화면에 숫자를 나열하는 수준이었다면, 지금의 미디어월은 대형 화면 자체가 하나의 편집 공간이다. 숫자 나열에 그치지 않고 대통령 발언 장면과 전쟁 뉴스 영상을 화면 전체에 동시에 구성하는 연출도 가능하다. 배경 화면 하나만으로도 사진의 밀도와 전달력이 달라진다. 딜링룸 홍보 담당자에게 단순한 취재 지원을 넘어 비주얼 디렉팅 능력이 요구된다.

코스피가 3,900선으로 내려앉은 2025년 11월 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을 방문한 영락의료과학고등학교 학생들이 업무 중인 딜러들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고운호 기자

숫자만 필요하다면 그래픽으로 대체하는 편이 훨씬 효율적이다. 언론이 딜링룸 사진을 계속 쓰는 이유는 결국 사람의 표정과 동작 때문이다. 시장의 등락은 숫자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그 숫자를 마주한 사람이 있어야 비로소 뉴스가 된다. 현장 직원도 시장의 흐름을 읽고 표현할 줄 아는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

2026년 2월 25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동원된 직원들이 전광판의 코스피 6,000포인트 돌파를 배경으로 축하 퍼포먼스를 연출하고 있다. 전광판에 상황에 맞는 문구와 디자인을 구현할 수 있게 되면서 딜링룸 스케치 취재의 표현 폭이 넓어지고 있다./ 장경식 기자

국내에서 딜링룸 취재 관행이 자리 잡은 데는 취재 여건, 1면의 상징성, 업계의 이해관계가 맞물린다. 뻔해 보이는 장면도 반복되면 관행이 되고, 관행은 결국 하나의 장르가 된다. 해외에선 이런 취재 관행이 낯설다. 딜링룸 사진을 둘러싼 직·간접적 참여와 방관적 동참에 대한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하루치 경제 뉴스를 한 장으로 설명하는 사진이지만, 그날의 시장을 더 선명하게 담아냈냐를 겨루는 승부에서 희비가 갈린다. 숫자와 표정, 공간과 연출이 맞물린 딜링룸은 금융시장의 총성 없는 전쟁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