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발 통상 갈등에 이어 미국-이란 전쟁 이슈까지 겹치며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친다. 증시 변동성이 커지는 날이면 신문 1면 사진 후보로 빠지지 않는 장면이 있다. 붉거나 파랗게 물든 지수 화면 앞 딜러들의 모습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주요 은행들이 딜링룸을 새로 꾸미고 미디어월을 전면 개편하면서 취재 풍경도 달라졌다.
배경에는 신문 1면 사진의 상징성이 있다. 주요 경제 이슈를 설명하는 대표 이미지로 자사 딜링룸이 실리면 유무형의 홍보 효과가 뒤따른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4월 명동 사옥 딜링룸을 을지로 본점으로 옮기며 ‘하나 인피니티 서울’을 열었다. 본점 4~5층 전체를 사용하는 2096㎡ 규모에 126석을 갖춘 대형 공간이다. 다른 은행들도 딜링룸 개편에 속도를 냈다. 그 결과 딜링룸은 업무 효율뿐 아니라 노출 경쟁력까지 따지는 공간이 됐다.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 신한은행도 미디어월을 손봤다. 공간 설계 단계부터 언론 노출과 촬영 동선을 고려하기 시작한 것이다.
사진기자에게 이상적인 딜링룸은 개방감 있는 공간과 큰 미디어월이다. 그래야 취재진이 한곳에 몰리지 않고 움직이며 다양한 앵글을 확보할 수 있다. 넓은 공간은 렌즈 선택의 폭도 넓힌다. 같은 지수를 담더라도 어떤 거리와 구도로 찍느냐에 따라 사진의 완성도는 달라진다. 종가 직후의 짧은 시간 안에 그날의 핵심이 코스피인지 환율인지 유가인지 파악해 한 장으로 보여줘야 하는 입장에선 선택지가 많을수록 뻔하지 않은 이미지를 구상할 수 있다.
미디어월은 딜링룸 취재 경쟁의 핵심이다. 과거 전광판이 작은 화면에 숫자를 나열하는 수준이었다면, 지금의 미디어월은 대형 화면 자체가 하나의 편집 공간이다. 숫자 나열에 그치지 않고 대통령 발언 장면과 전쟁 뉴스 영상을 화면 전체에 동시에 구성하는 연출도 가능하다. 배경 화면 하나만으로도 사진의 밀도와 전달력이 달라진다. 딜링룸 홍보 담당자에게 단순한 취재 지원을 넘어 비주얼 디렉팅 능력이 요구된다.
숫자만 필요하다면 그래픽으로 대체하는 편이 훨씬 효율적이다. 언론이 딜링룸 사진을 계속 쓰는 이유는 결국 사람의 표정과 동작 때문이다. 시장의 등락은 숫자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그 숫자를 마주한 사람이 있어야 비로소 뉴스가 된다. 현장 직원도 시장의 흐름을 읽고 표현할 줄 아는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
국내에서 딜링룸 취재 관행이 자리 잡은 데는 취재 여건, 1면의 상징성, 업계의 이해관계가 맞물린다. 뻔해 보이는 장면도 반복되면 관행이 되고, 관행은 결국 하나의 장르가 된다. 해외에선 이런 취재 관행이 낯설다. 딜링룸 사진을 둘러싼 직·간접적 참여와 방관적 동참에 대한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하루치 경제 뉴스를 한 장으로 설명하는 사진이지만, 그날의 시장을 더 선명하게 담아냈냐를 겨루는 승부에서 희비가 갈린다. 숫자와 표정, 공간과 연출이 맞물린 딜링룸은 금융시장의 총성 없는 전쟁터다.